(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수익률곡선이 거의 4개월래 가장 평탄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제 청사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22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과 2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 차이가 1.14%포인트로 올해 들어 가장 좁혀지면서, 지난해 미 대선이 있던 11월8일 이후 최저치에 근접했다.

수익률 곡선은 양쪽 끝에 있는 기간 물의 수익률 차이가 좁혀질수록 눕는데 이럴수록 채권시장이 내다보는 경제 전망이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전통적으로 장기물 금리가 투자자들의 물가와 성장에 대한 시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낙관도가 커진다면 장기물 금리가 오르며 곡선을 가파르게 만든다.

트럼프 당선 직후 10년과 2년물 수익률 차이는 1.18%포인트로 하루 전의 1.0%포인트에서 급등한 후 지난해말에는 1.36%포인트까지 올랐다. 트럼프 당선이 시장에서 경제성장과 물가 상승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의미로 해석된 셈이다.

하지만 최근 수익률곡선은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는 트럼프가 친성장정책으로 내놓은 세제개편안,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의 실행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이 점이 국채 수익률곡선이 평탄해지는 것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 모델은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월초의 3%대에서 0.9%로 낮췄다.

MFS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제임스 스완손 수석 투자 전략가는 "시장은 세계 성장 패턴이 새로운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너무 낙관했다"며 "우리는 한 경기 주기가 8년째 지속하는 상황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 대선 이후 급증했던 경제지표들은 심리 반영 비중이 컸다.

스완손은 성장이 갑자기 상승한 것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본다며 이런 신호 중 하나가 이날 발표된 2월 기존 주택판매 부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지금껏 대통령 한 명이 경기 주기를 바꾼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고객들에게 주식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국채 수익률곡선은 또 금융주에도 큰 영향을 준다.

단기로 차입해서 장기로 대출하는 은행들의 순이자마진과 직접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수익률 곡선이 누우면서 전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의 금융주 지수가 2.9% 내렸다. 지난해 6월 이후 최악의 성과다. 이날은 0.5% 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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