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진행되는 원화 강세 흐름 속에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달러-원의 하락 속도가 가팔랐던 만큼 외국인이 오히려 차익실현에 나설 것이란 진단도 제기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간 뒤 20일과 22일에는 소폭의 순매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 유인이 커지며 주식 매수세를 키운 측면이 강하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기업 이익 개선 기대 등이 영향을 미쳤지만, 단기적으로 환율 수준에 따른 자금 유입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미국의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점진적일 것이란 관측 속에 하락세를 이어갔고, 20일에는 연저점인 1,120원선까지 내려갔다.

기본적으로 원화 강세에 베팅하는 외국인의 매매 속에 달러-원 하락이 자금 유입을 키우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추가적인 환율 하락에도 외국인 매수가 제한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달러-원이 1,150~1,200원선에 머물 때 공격적으로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이 점차 차익실현 시점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00년 이후 외국인은 달러-원 1,100~1,200원 사이에서는 하루 평균 335억원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1,000원과 1,100원 사이에는 일평균 16억원으로 매수 규모가 급감했다.

일정 수준 원화 강세가 진행된 후에는 철저하게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최근 원화 강세 기간에 주식을 빠르게 사들인 외국인은 환차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적정 환율을 어느 수준으로 보는지 외국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최근 패턴에서는 1,100원 미만에서는 매수세를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이 커진 데 따라 외국인 수급이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과거 경험을 볼 때 양국의 금리 역전과 달러-원의 추가적인 하락은 환베팅 세력의 차익실현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인 지난 2005년 초순 달러-원이 하락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가속화됐다. 달러-원 940~960원대에서 이탈안 외국인 자금은 2005년 초부터 2006년 말 기준으로 10조원이고, 이 가운데 양국 기준금리가 역전됐던 기간에서만 6조원이 빠져나갔다.

이예신 신한금투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누적 순매수는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2012년 이후 기준으로 최대치인 35조원을 돌파했다"며 "달러 환산 코스피가 1.9배를 넘어서며 외국인의 한국 증시 매력도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양국 기준금리 역전을 앞두고 환율이 하방 압력을 받아 외국인의 추가 유입은 제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ywk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