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국내 일부 증권사가 파생상품 영업 수익을 늘리기 위해 선물·옵션 대여 계좌 업체들과 손을 잡는 경우가 늘어나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대여 계좌 업체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고 선물·옵션거래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투자업 규정에 명시된 '주문 대리인' 계약이 체결되기 때문에 합법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여 계좌는 직접 계좌를 개설하는 것보다 위탁 증거금이 낮고 모의 거래나 교육 등이 필요 없다는 점으로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으나 투기성 거래가 이뤄지고 손실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H증권사는 파생상품 영업 부서 등을 통해 대여 업체와 실계좌를 열어주는 등 대여 계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 컴플라이언스는 영업부서가 지나치게 대여 계좌 업체와 실계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줄이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실계좌 거래가 불법은 아니지만 중간에 대여 업체가 도주할 위험 등 투자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영업부서는 수익성 때문에 이를 포기하지 못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뿐만 아니라 이베스트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개인 투자자 대상 파생상품 거래를 많이 하는 곳은 대부분 대여 계좌 업체에 실계좌를 개설해주고 있다.

또 일부 증권사 브로커, 선물사 직원을 비롯해 파생상품 관련 업무를 하는 제도권 금융회사 직원은 대여 계좌 회사에 어느 정도 수수료를 받고 자신의 고객들에게 대여 계좌를 추천하는 등 영업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처음부터 선물·옵션 계좌를 열어 거래하면 오히려 위험 관리를 하기 어려우며 대여 계좌는 적은 돈으로 거래하면서 자동으로 위험 관리까지 되기 때문에 대여를 하는 편이 낫다는 식으로 고객들을 회유한다.

주문 대리인 계약을 체결하면 거래 계좌는 대여 업체로 되기 때문에 따로 기본 예탁금을 내거나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 모의 거래시간도 당연히 면제된다.

대여 업체는 이 같은 혜택을 주는 대신 7달러에 이르는 높은 수수료를 수취한다. 정상적인 해외 선물옵션 거래 수수료는 6달러 미만이다.

문제는 실계좌 거래가 가능토록 하는 주문 대리인이 합법이긴 하나 따로 자격 요건 등이 없다는 것이다. 주문 대리인을 지정코자 한다면 투자자와 주문 대리인이 위임장 등 서면 서류를 증권사 등에 제출하고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즉, 대리인에 대한 어떠한 검증도 없이 투자자들은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된단 얘기다.

하지만 금융 실명제를 위반했다는 점, 업체가 잠적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여전히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기본 예탁금이 정상적인 계좌의 10분의 1수준도 되지 않는 1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파생상품 시세가 몇 틱(tick)만 움직여도 바로 손실을 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계좌는 주문 대리인 계약 때문에 완전 불법은 아니지만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증권사가 스스로 대여 계좌 회사의 선물·옵션거래 수탁을 거부할 수도 있지만 마진이 높아 그러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고 귀띔했다.

kl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