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코스피시장이 지정학 리스크에 조정을 보이자 신규 자금을 집행할 기회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연내 지수 박스권 돌파가 가능한 상황에서 현재의 가격 조정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18.41포인트(0.86%) 빠지며 2,133.32에 종가를 보였다. 지난 4일 이후 5거래일 연속 내림세에다 전일은 지난달 15일 이후 2,130선으로 내려앉았다.

북한 6차 핵실험 위험 속에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한국 쪽으로 이동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자산운용업계 펀드 매니저들은 다만, 코스피의 최근 가격 조정이 박스권 상향 돌파의 동력을 모으는 과정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코스피가 조정 과정 없이 상승세 일변도일 경우 신규 자금이 집행될 기회가 오히려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코스피가 2,200선을 뚫지 못하는 주요 원인은 주식형 펀드 환매 자금이 쏟아졌기 때문인데, 가격 조정이 나올 경우 신규 자금이 다시 들어올 기회가 생긴다"고 평가했다.

이 매니저는 "올해는 지난 5년여 갇혀 있던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는 새로운 국면"이라며 "과거의 학습효과로 집행이 미뤄지던 투자자금이 새롭게 들어올 여건이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코스피 상승 국면에서 펀드 환매 자금은 지속해서 출회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난달 14일 이후 이달 5일까지 17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탈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펀드 매니저들은 채권시장이나 패시브 자금에 쏠려 있던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국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작년 연말 기준 국내 증시의 평균 배당수익률이 2%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상장기업의 이익 개선이 가시화될수록 기관 자금이 먼저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운용사 매니저는 "올해는 어느 때보다 기업의 이익 개선 기대가 큰데, 국내 증시에 영향력이 강한 IT섹터를 중심으로 2분기를 지나 3분기로 갈수록 이익 증액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는 "외국인에 의존하던 코스피가 이번 가격 조정기를 통해 기관으로 수급의 무게 중심이 옮겨질 수 있다"며 "기관이 움직이며 지수 박스권 돌파가 나타나면 개인이 따라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그동안 중장기적으로 주식비중 확대의 기회가 됐던 만큼, 이번 조정기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평가됐다.

또 다른 매니저는 "국내 상장기업이 재평가받는 시점"이라며 "수급뿐만 아니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코스피는 현재 저가매수 구간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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