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미국 금융규제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월가 대형은행에 유로존에 대한 익스포져를 자세하게 보고하라고 촉구했다.

유로존 채무 위기의 여파가 미국 금융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한 데서 나온 조치다.

SEC는 지난 6일 공개한 가이던스에서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금융기관이 그동안 공개해온 유로존 익스포져 내용이 "제출된 자료로나 실질적으로나 모두 사실과 부합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가이던스에서 SEC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익스포져를 국가별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국채와 금융기관채권, 비금융기관채권으로 나눠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SEC는 이와 함께 금융기관들이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등의 상품으로 익스포져를 어떻게 헤지했는지, 헤지만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 없는 가상의 상황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금융기관의 유로존 익스포져가 작더라도 투자자들의 우려는 클 것이라는 평가가 이러한 요구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SEC는 가이던스에서 어떤 국가에 대한 익스포져를 공개해야 하는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경제적, 재정적, 정치적 압박을 겪는 국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나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대형 금융기관은 작년 3분기 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채무 위기를 겪는 유로존 회원국에 대한 익스포져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SEC는 이들 기관의 정보 공개를 "점진적 개선"이라 평가하며 부족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3분기 이전 은행들이 발표한 익스포져 내용은 부실했다.

은행들이 법적으로 반드시 공개해야만 하는 포지션 규모에 비하면 유로존 익스포져에 따른 잠재적 손실 규모가 작은 편이었다. 그래서 은행들은 유로존에 대한 순익스포져만을 간략하게 발표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헤지를 해놓았기 때문에 유로존 익스포져가 실질적인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모건스탠리가 프랑스 은행에 물린 돈이 많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락하자 많은 금융기관이 개별 회원국에 대한 익스포져는 물론 헤지 규모까지 자세하게 공개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버트 엘리 은행 애널리스트는 "SEC의 가이던스가 법적으로 구속력은 없어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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