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브릭스(BRICs) 주식형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2007~2008년 해외투자 펀드가 붐일 때 브릭스 펀드에 들어간 투자자들은 10년의 기다림 끝에 결국 손실을 만회하지 못하고 환매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22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화면번호 5315) 국내에서 판매된 브릭스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2014년 7월말 2조2천억원을 상회했으나 19일 기준으로 1조원 수준에 그쳤다. 2014년을 기점으로 가속화된 자금 유출세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브릭스라는 용어는 지난 2001년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회장을 역임한 짐 오닐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머리글자를 따 만들었다. 그러나 브릭스에 대한 오닐의 사랑은 지난 2014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꺾였다. 브릭스를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의 성장세가 둔화하며 슬럼프에 빠진 것이다.

이에 정작 창시자인 골드만삭스는 2015년 말 관련 상품 라인업을 없앴고, 업계에서는 애초에 브릭스 국가를 한데 묶어 투자하는 것이 무리였다는 지적도 속출했다. 골드만삭스가 손을 뗄 당시 브릭스 펀드의 5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20%였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7년과 2008년 사이 브릭스 펀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해외펀드 투자 붐을 타고 슈로더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브릭스 펀드에는 2007년 한 해 동안에만 6조5천억원, 1조7천억원가량의 자금이 몰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를 겪으며 브릭스 펀드의 수익률이 악화했고 큰 손실은 본 투자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장기 보유하게 됐다"며 "조금 회복되려고 하면 환매가 일어났고 자금 유출로 운용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진단했다.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화면번호 5350) 2007년 이후 설정된 규모가 100억원 이상인 브릭스 주식형펀드는 8개이다. 이 중 설정일 이후 수익률이 플러스(+)를 나타내고 있는 펀드는 단 두 개에 그쳤다. 그마저도 수익률은 1~2%에 불과했다.

브릭스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대체로 양호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많은 고객이 과거 인기를 끌던 당시 투자에 나서 아직 손실 구간인 투자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설정액 상위의 신한BNPP봉쥬르브릭스플러스펀드의 경우 최근 1년 수익률은 21%를 상회하나 설정일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15%를 나타내고 있다. 슈로더자산운용의 브릭스 펀드도 최근 1년 수익률은 30%에 가까우나 설정 이후로는 2% 손실 구간에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브릭스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모두 신흥시장 상품이기 때문에 자산배분 효과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끈질기게 장기 투자하면 언젠간 손익분기점이 돌아올 수도 있으나 운용수수료 등을 비롯한 기회비용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일부 펀드는 중국 시장 비중이 커 지난해 러시아와 인도 주식시장이 호조세를 보였음에도 이 효과를 누리지 못한 점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신흥국 주식시장 담당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감에 따라 기존 펀드를 환매하고 갈아타려는 수요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에 장기투자에 지친 투자자들의 손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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