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올해 코스피 랠리에 대한 증권가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와 동시에 시장의 높아진 눈높이에 부합해야 하는 증권사 상품팀의 고민도 짙어졌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연초에 제시한 코스피 연간 전망치를 최근 크게 올려잡았다. 연초 2,200에 맞춰져 있던 시장에 대한 기대는 2,500 후반까지 높아졌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2,800까지 보고 있다.

높아진 눈높이에 코스피 1년 기대수익률이 20%까지 오르자 증권사에서 상품 라인업을 담당하는 부서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과거 시장 기대수익률이 6~8% 수준일 때와는 달리 벤치마크를 웃돌 만한 상품 라인업을 짜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A 증권사 상품 담당자는 "과거 '바이코리아'나 '메리츠코리아' 펀드 등은 시장 수익률이 10% 남짓일 때 펀드 수익률이 20% 넘었던 것"이라며 "코스피가 20% 오를 것으로 보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임팩트를 가진 상품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초 선진국이나 신흥국에 투자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하고 한국 시장은 중위험·중수익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하면, 한국 증시의 대세 상승장이 펼쳐질 경우 중심축이 바뀌어야 하는 등 펀드의 지향점과 전략이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박스피(박스권+코스피) 구도에서는 중위험·중수익 구도로 국내 증시를 볼 수 있었는데 대세 상승장이 된다면 한국 시장에 대한 관점은 리스크온(Risk-on) 베팅으로 시각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수가 고공 행진하는데 인덱스 펀드만으로 라인업을 짜기 어렵고 시장을 아웃퍼폼할 액티브 펀드를 고르기도 어렵다"며 "이미 한국 상품 라인업이 많아 자산 배분 관점에서 국내 상품 비중을 줄이려 했으나 이것도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최근 코스피가 랠리를 이어가며 수익률이 좋은 국내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환매가 일어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수익을 실현한 펀드 고객에게 재투자를 권유하며 또다시 한국 상품을 추천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A 은행 상품 담당자는 "정확한 상품을 발굴하고 정확한 타이밍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고민"이라며 "장기간 박스피에 익숙한 고객들을 설득해야 하는 노력도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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