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전세가 줄고, 월세가 그 자리를 채우는 등 주택 임대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개편되고 있다. 향후 전세가 임대차 시장에서 사라지면 가격 변동성이 축소되는 등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22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거실태조사에서 임차가구 중 월세 비중은 60.5%를 기록하며 60%대를 넘어섰다. 지난 2014년 55.5%에 5.5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월세 비중은 지난 2008년 45% 기록한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학계에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서 결국 전세가 임대차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택시장이 현재까지 유지한 초과수익 상태를 벗어나 점차 균형상태로 수렴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전세는 매매시장에서 초과수익이 예상되는 경우에만 유지 가능한 제도다. 임차인은 전세를 통해 월세보다 주거비를 낮출 수 있고, 임대인은 전세금을 활용한 주택 매입을 통해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 부동산경기 상승기에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성행하는 이유다.

주택의 예상가격 상승률이 일정 수준보다 낮아지면 임대인은 전세를 활용한 매매보다 월세 수익을 올리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월세를 선호하게 되고 전세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임대차 시장의 'RP'(환매조건부채권)격인 전세가 사라지면서 매매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변준석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월세 시장의 구조적변화와 주거부담 관련 이론적 고찰' 보고서에서 전세를 환매조건부 채권(RP)의 일종으로 봤다. 임차인이 전세금을 일정 시점에 되돌려 받기로 하고, 맡긴 기간 동안 월세를 내지 않는다는 점(쿠폰을 받는 셈)에서 RP와 성격이 비슷하다.

비용 부담이 적은 전세를 통한 금융조달이 불가능해지면서 투기 목적 등의 주택 매입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에 따른 매매가격 변화폭은 이전보다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 1990년 '부적절한 모기지 파이낸싱에 따른 비효율성 분석:서울의 사례' 논문에서 국내 전세제도로 인해 주택가격 버블 즉 시장 비효율성이 초래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였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실장은 "미국의 경우 주택 매매가격은 장기 월세를 현재 가치로 바꿔 더한 값으로 볼 수 있다"며 "국내 임차시장이 월세로 재편되면 그만큼 (매매) 가격 예측성은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세제도 유무에 따른 주택 수요곡선, 출처:변준석 주금공 주택금융연구소 '전월세 시장 구조적변화와 주거부담 관련 이론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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