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구리 가격이 트럼프 거래 실종에도 중국 경기에 대한 낙관론에 2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X)에서 7월 인도 구리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4.1% 오른 파운드당 2.8405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015년 5월 이후 최고치로 구리가는 지난 12거래일 중 10거래일 동안 올랐다.

올해 들어 구리 가격은 14% 상승했다.

구리가 상승은 지난 24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한 데 힘입은 바 크다.

IMF는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올린 6.7%로 상향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해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6.5%에서 6.7%로 올렸다.

앞서 발표된 중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이 6.9%로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중국의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이날 구리가 급등은 지난 2월 고점을 넘어서며 트럼프 거래를 대체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10월 이후 구리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프라 건설 기대로 지난 2월까지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이 부각되는 등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구리 가격은 최대 10%가량 하락했다.

추락하던 구리 가격이 반등세를 보인 것은 중국 덕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견조한 모습으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자산관리회사 ETF증권의 니테쉬 샤 원자재 전략가는 "미국의 인프라 지출이 확대된다는 소식은 없지만, 중국의 수요가 탄탄해 글로벌 인프라 지출은 여전히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정련동 수입량이 한 달 전보다 늘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세계 구리 소비량의 절반가량을 소비하며 최근 발표된 산업생산과 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구리가를 견인하고 있다.

캐터필러는 이날 중국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한 2분기 중장비 수요가 전 분기 대비 1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캐터필러 주가는 이날 2012년 3월 이후 최고치로 마감됐다.

헤지펀드 등 투기적 투자자들의 구리 매수 포지션도 크게 증가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일로 끝난 한 주간 구리선물 순매수 포지션은 7만4천233계약으로 지난 2월 21일로 끝난 주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대다수 투자자는 트럼프가 조만간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내놓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인프라 정책 추진은 동력을 잃었으나 덕분에 달러화 약세는 구리가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달러 약세는 달러로 표시되는 원자재 가격의 가격 메리트를 높여 글로벌 수요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TD증권의 바트 멜렉 원자재 전략 담당 헤드는 "조만간 (미국에서) 대규모 인프라 프로그램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라며 "사람들은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분명 그럴 가능성은 (전보다)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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