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 금리를 여러 차례 인상하는 동안에도 신흥국들이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저인플레이션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일 인도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25bp 인하해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6.0%까지 낮췄다. 지난달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5년 만에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인하했고, 러시아 중앙은행도 지난 6월 기준 금리를 25bp 인하했다.

니콜라스 스파이로 로레서 어드바이저리 파트너는 7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에서 신흥국과 연준의 통화정책이 뚜렷하게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인플레이션'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대다수 신흥시장의 인플레이션은 부진하거나 매우 낮은 상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제금융협회(IIF)도 한국을 포함한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이 연준을 따라 서둘러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 주요한 이유는 '인플레이션'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6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1.5%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인도의 작년 CPI 상승률이 6%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인도의 6월 물가 상승률은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4%에도 크게 못 미쳤다.

러시아의 CPI 증가율도 작년 여름에 7%였던 데서 최근에는 4.5%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금리를 내린 브라질은 6월 물가 상승률이 전월대비 마이너스(-) 0.23%로 1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JP모건은 나이지리아와 터키를 제외하고 모든 주요 신흥국이 내년 말께나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선진국들의 다소 매파적인 기조를 띠더라도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JP모건은 전망했다.

스파이로는 신흥국들이 연준을 따라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실질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돌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남아프리카는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금리를 인하했으며, 브라질 중앙은행은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브라질 경제를 복구하기 위해 지난달 금리를 인하했다.

결국, 이들 신흥국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라는 대외적 요인보다 대내적 요인에 근거해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연준을 따라 금리를 올리는 일부 신흥국들도 연준의 금리 인상 자체보다 대내적 요인에 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스파이로는 분석했다.

지난주 체코중앙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 이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이미 웃도는 등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과 2016년에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던 콜롬비아는 최근 들어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급락세를 보이자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섰다.

스파이로는 당분간 신흥국 중앙은행이 각자의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연준을 완전히 무시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의 양적 완화 축소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이 예상보다 더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신흥시장도 타격을 비켜가긴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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