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증권시장이 유독영향을 덜 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9일 한국시간으로 오후 3시 4분 경 중국 주요 지수 중 상하이증시는 0.27% 하락했지만, 선전증시는 되레 0.29% 오르는 등중국 증시는 북한 리스크를 거의 무시하는 분위기다.

북한과의 정치적 관계나 무역 관계 등을 고려하면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중국 투자자들에게도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다.

중국 주식시장이 북한 위험을 무시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기이한' 시장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증시 자체가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날 CNBC에 따르면 베이징에 있는 연구소 트리비움차이나의 앤드루 폴크 공동창립자 겸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시장은 가격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곳 중에 하나다"며 "지난 수년간 시장은 그러한 모든 것에 단련돼왔다"고 말했다.

폴크는 "중국 주식시장은 유동성이나 정책에 반응하되 때로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기이한(weird)' 시장이다"며 " 경제지표가 좋으면 부양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시장에 매도세가 나오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6.9%로 깜짝 반등하자, 당일 중국 증시는 매도세에 시달렸다.

중국 증시가 북한 이슈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은 중국의 경착륙과 위안화 절하 우려가 완전히 걷히면서 안정적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올해 들어 중국 상하이증시는 5% 이상 올랐고, 위안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4% 가까이 절상됐다.

프란시스 청 중국 주식 전략가는 "사람들이 (중국 증시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며 이는 "경제가 매우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경기 부양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사람들은 더는 경착륙 위험이나 위안화 절하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청 전략가는 여기에 중국 당국이 당 대회를 앞두고 경제가 정체되지 않도록 지원할 것이라는 점도 투자심리를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에 개인투자자들의 구성이 다소 변화한 점도 단기적 이슈에 덜 민감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노무라의 웬디 류 중국 주식 담당 전략가는 중국 증시가 2015년 폭락세를 겪은 이후 묻지마 투자자들에서 고액자산가들로 재편되면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도 단기적 이슈나 루머에 덜 민감하게 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유엔(UN) 대북 제재를 중국이 지지하는 등 중국과 미국이 여전히 현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리스크가 중국 금융시장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아직 투자자들이 북한 리스크 자체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IHS 마르키트의 라지브 비스와스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은 아직 동아시아 주식에 반영이 안된 상태"라며 상황이 바뀌는 순간, 투자심리도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될 경우 한국 증시와 원화, 신용디폴트스와프(CDS)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이후 중국 금융시장에 영향이 전이될 것이라며 한국 금융시장의 반응이 "탄광 속의 카나리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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