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국내 증권사 해외파생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그간 2위권과 큰 격차를 보이며 선두를 보이던 한국투자증권의 수익이 줄어든 반면, 하나금융투자 등은 수익 규모를 크게 늘렸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기준 해외파생 수수료 수익은 63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3%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할 때는 35% 수익이 급감했다.

이 회사는 작년까지만 해도 관련 수익을 빠르게 키운 바 있다. 작년 연간 해외파생 수수료 수익은 약 331억원으로, 지난 3년 사이 약 5배나 규모가 급증했었다.

한투증권이 올해 들어 주춤해진 것은 법인 중심의 ELS 헤지 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서는 현지 선물중개사 등에 위탁 매매를 맡겨야 하는데, 그동안은 한투증권을 중심으로 현지 중개사 위탁이 이뤄졌다.

글로벌 주가지수 호조 등에 ELS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지만, 오히려 한투증권이 해외파생 분야에서 수익이 쪼그라드는 것은 다른 회사에 관련 헤지 수요를 넘겨줬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국내 증권사들이 ELS 발행을 헤지하기 위해 대규모 물량을 주로 한투증권을 통해 맡겼는데, 일부 증권사 간 통합 과정 속에 ELS 헤지 물량을 뺏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ELS 헤지 수요는 한투증권의 해외파생 수익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만큼, 과거와 같은 가파른 수익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관측이다.

한투증권이 부진한 사이 하나금융투자는 해외파생 수수료 수익을 전분기보다 24% 늘리며 67억원의 수익으로 업계 선두로 올라섰다. 작년 1분기보다는 약 20% 불어난 수준이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관련 인프라와 인력 구축 등의 투자가 최근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과 교보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도 각각 40억원 안팎의 해외파생 수익으로 업계 5위권 내를 유지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한투증권의 경우 법인 고객의 비중이 컸던 만큼, 일부 물량의 이탈이 수익 규모를 크게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 고객을 중심으로 한 회사들은 치열한 영업 유치 경쟁 속에 나름대로 수익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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