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2대 통신업체 중 하나인 차이나유니콤이 혼합소유제 개혁의 첫발을 내디뎠다.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대형 IT기업들의 투자로 주목을 받는 차이나유니콤은 중국 국유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대다수 애널리스트는 혼합소유제 개혁이 중국 경제 현대화의 근간이라며 개혁의 방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 차이나유니콤 13조 유치 성공…초기 준비엔 '미흡함' 노출

지난 17일 차이나유니콤은 10여 개 민관투자자로부터 총 780억 위안(약 13조3천3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자금 모집은 신주 발행과 기존 주식 매각 등 사적 모집을 통해 이뤄졌으며 전략적 투자자의 총 지분은 35.2%에 달할 예정이다. 모기업인 차이나유니콤 그룹 지분은 62.7%에서 36.7%로 줄어들게 돼 전략적 투자자와 엇비슷해졌다.

차이나유니콤은 민간 자본 유치로 부채를 80%가량 축소하게 되며 이에 따라 금융비용도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또 신규 자금으로 차세대 통신 분야와 데이터 네트워크 분야 등에 대한 투자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서둘러 이뤄진 혼합소유제 개혁은 시작부터 미흡한 점을 일부 노출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샀다.

차이나유니콤은 투자 유치를 발표한 후 수 시간 뒤 자세한 설명 없이 "기술적 사유"로 당초 계획안을 철회하고, 3거래일 내 새로운 개혁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모 모집을 총 자본의 20%로 제한한 증권 당국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번 민간투자자에 포함된 중국중차(CRRC) 그룹이 투자를 부인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중국중차 측은 다른 계열사를 통해 투자에 나섰다며 로고가 같아 회사명에 오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프리스의 에디슨 리 애널리스트는 "거래가 이미 복잡한 데다 차이나유니콤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할 때 같이 개혁안을 내려고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가능한 한 빨리 개혁안이 나오길 원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차이나유니콤이 서둘러 발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대다수 전문가는 단순 기술적 문제라는 점에서 결국 차이나유니콤의 혼합소유제 개혁안은 원안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 혼합소유제 개혁 신호탄…"부채 축소·비효율 해소"

차이나유니콤의 개혁은 2015년 9월 중국 당국이 발표한 국유기업 개혁의 일환이다.

국유기업 개혁은 1993년 중국 당 대회에서 처음 제시됐으며 당시 공산당은 "중국적인 요소를 담은 사회주의적 시장 경제"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자본주의와 계획경제를 혼합한 경제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유기업 개혁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2015년 국유기업의 과도한 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는 중국 핵심 산업이 국유기업에 의해 주도돼 공급과잉과 비효율성, 과도한 부채가 양산된다고 지적해왔다.

중국 기업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59%로 전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씨티그룹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 부채는 GDP의 105%로 전체 중국 기업부채의 65%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국무원은 2015년 국유기업을 영리 목적과 비영리 목적 기업으로 분류해 전자에 대해서는 2020년까지 민간 자본의 투입을 허용하는 혼합소유제 개혁을 추구, 국유자산을 증대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국무원은 당장 민영 항공, 통신, 국방 등의 분야에서 혼합소유제 개혁 시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번 차이나유니콤이 첫 번째 시범 개혁그룹에 포함된 20여 개 기업 중 하나다.

혼합소유제는 민간 자본의 국유기업 투자를 허용하는 것으로 민간 자본을 이용해 국유기업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으로 우리사주제와 전문경영인 제도, 이사회 도입 등 여러 다른 수단 등도 함께 도입해 민간의 역할을 증대시킬 계획이다.

리서치 연구소 가베칼의 아서 크뢰버 파트너는 지난 2년 반 동안 국유기업 개혁은 민간 자본을 희생해 국유기업 자산을 늘리는 형태였다면 이번 차이나유니콤의 개혁은 당초 계획한 혼합소유제를 재출범시키겠다는 당국의 꽤 진지한 노력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국유기업 개혁 모델 제시…실패 땐 '중진국의 함정' 경고도

투자자들이 이번 차이나유니콤의 개혁에 관심을 두는 것은 혼합소유제 개혁에 나서는 주요 기업 중 첫 사례인 데다 작게는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국유기업 101개, 많게는 15만 개에 달하는 중국 전체 국유기업의 개혁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앙 에번스-프리차드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비효율적이며 쓸모없는 국유기업을 정리하는 것은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건전성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개혁 중 하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것은 바로 국유기업이지만, 국유기업들은 그동안 과도하게 부채를 쌓아왔다"라며 이번 개혁이 이러한 국유 부문의 과도한 부채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의 리-강 류 애널리스트는 "민간투자자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은 기업 경영에서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라며 "혼합소유제 개혁 속도가 느리지만, 마침내 추진력이 붙었다는 점에서 다른 대형 중앙 국유기업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유기업에 민간 자본의 투입을 허용하더라도 정부의 개입은 지속할 것이라는 점에서 완전한 효율성 추구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에번스-프리차드는 중국 정부는 특정 산업에 대해서는 주도권을 포기하길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례로 올해 상반기 국유부문에 대한 일정한 통제가 없었다면 중국은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경제를 꾸준한 성장세로 이끄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국유기업에 고용된 인력만 3천만 명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 효율성 추구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에번스-프리차드는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일본은 상대적으로 가처분 소득이 높을 때 민영화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중국이 혼합소유제 개혁에 실패할 경우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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