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위기감에 빠진 이동통신사들이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했다. 주력 사업인 무선통신 부문 매출 감소에 대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KT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에 R&D 비용 명목으로 2천643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R&D 투자액 2천109억원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은 3.13%로 작년 상반기 1.26%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SK텔레콤 역시 상반기 R&D 비용으로 1천938억원을 집행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 투자액을 늘렸다.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26%로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0.26%포인트 높아졌다.

업계 3위 LG유플러스의 경우 R&D 투자 규모는 254억원으로 선두 업체들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이처럼 이동통신 3사가 올해 들어 일제히 R&D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이유는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관련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통적인 캐시카우인 무선통신 사업이 성장 절벽에 직면한 점도 신사업에 대한 R&D 투자를 늘리게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이통 3사는 최근 연구개발 조직을 재정비하고 인공지능(AI), 커넥티드 카, 스마트 에너지 등 새로운 분야에서 성장동력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 달 15일부터 이동통신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상향할 계획이다. 월 2만원대 요금으로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 등을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이런 정책들이 줄줄이 시행되면 이통사들은 무선통신 부문에서 1조원 이상의 연간 매출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으로 인한 내년 이통 3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분을 각각 1조2천614억원, 2천760억원으로 추정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로 시행이 예정된 65세 이상 저소득층 월 1만1천원 요금 감면, 보편요금제 도입 등이 구체화될 경우 통신사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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