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한국거래소를 이끌 새로운 이사장이 이달 내 결정될 전망이다. 그간 절대 다수의 이사장이 경제 관료 출신이었고 이와 비례해 거래소의 성장도 정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전문가 출신 이사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진행된 한국거래소 이사장 공개모집이 이날 마감된다. 서류심사와 면접이 진행되고,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을 거친 후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

지난 1956년 출범 이후 거래소를 거쳐 간 이사장은 27명이다. 이 중 내부 출신은 단 한 명이다. 범위를 넓혀 금융투자업계에 종사한 이력이 있는 인물은 5명에 불과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관 출신이 18명, 정치권이나 군 출신도 3명 있었다.

업계에서는 그간의 낙하산 인사로 거래소의 성장과 수익성이 정체됐다고 평가했다.

한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의 구조개편은 해외 경쟁자들보다 10년 이상 정체됐다"며 "낙하산 인사가 오면 기존 사업을 이해하기까지 최소 1년은 걸리고 개혁적인 인물이면 기존 방향과 다른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혼란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취임 초부터 낙하산 논란을 빚었던 정찬우 이사장은 선임 후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집행간부를 대폭 줄이고 유사 조직을 통폐합했다. 이 과정에서 전 최경수 이사장이 강조한 상장유치팀도 축소됐다. 정반대 행보의 여파로 내년 코스피 상장을 앞둔 눈에 띄는 대어 종목이 없다.

2011년 12%에 달하던 거래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급격히 축소돼 2013년 1%대로 내려앉았다. 이후 점차 회복세를 나타냈으나 지난해 다시 축소세로 돌아섰다.

수익성 악화와 업황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경쟁 환경에 적응하려는 시도가 힘들었다.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도 유지되며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수입은 전체 영업수익의 70%였다. 해외 거래소가 산업 내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 성장을 시도할 때 한국 거래소는 정체됐다.

금투업계에서는 시장을 아는 전문가의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 자본시장이라는 곳은 시장 경제의 동력을 제공하는 핵심"이라며 "전문성이 없는 인사가 임명되면 폐단이 쌓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래소의 신시장으로서의 역할 강화를 위해서도 이번에는 출신보다도 전문성을 가진 인물의 선임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주식 상장과 유통을 통한 직접금융 자금 조달이라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상장기업과 투자자가 동시에 늘어야 중개기관인 거래소는 물론 시장 전체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는 "내부 승진의 경우 조직 로열티,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업에 대한 이해 등의 조건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내부인지 외부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식견, 경쟁력, 글로벌 마인드 등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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