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IPTV의 공세에 밀려 성장 절벽에 내몰린 케이블TV·위성방송 사업자들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마케팅 출혈 경쟁으로는 더는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절실함이 신사업을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와 KT스카이라이프는 최근 TV 기반 OTT 상품을 차례로 공개했다.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도 오는 11월 관련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OTT는 통신·방송사업자 또는 제3의 사업자가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 등을 제공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사업자들이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전통적인 유료방송 플랫폼 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IBB컨설팅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64%가 OTT를 이용 중이며, 34%는 2개 이상의 서비스에 가입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기존 유료방송 서비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OTT 시장의 확장이 더딘 편이다. CJ헬로비전이 지난 2010년 선보인 '티빙' 정도를 제외하면 시장에 파급력을 줬던 서비스가 전무했다.

즉, OTT로는 국내에서 돈을 벌기 어렵다는 사실을 유료방송 업체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들이 연이어 OTT 상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뭘까.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특히 모바일과 IPTV를 묶어서 파는 이동통신사들의 결합상품 공세로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사업자는 가입자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OTT 같은 신사업은 당장 수익을 보장해주지 못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OTT 상품을 선보이는 업체들이 철저히 타깃층을 정해 서비스를 기획한 것도 기존에 없던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사업 목표 때문이다.





KT스카이라이프가 지난 19일 공개한 OTT '텔레비(TELEBEE)'는 20~30대 1인가구 타깃의 서비스다. 약정 없이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채널을 골라 볼 수 있고 셋톱박스에 무선 와이파이를 연결하면 간편하게 설치가 가능하다.

실시간 방송 외에 유튜브, 왓챠플레이, 네이버 브이라이브, 페이스북 비디오 등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TV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샤오미(셋톱박스), 구글(운영체제) 등과 협업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인 점도 눈에 띈다.

윤용필 KT스카이라이프 콘텐츠융합사업본부장은 "스카이라이프의 이미지가 너무 고착화돼 있어 20~30대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다"며 "단방향 위성방송으로는 다른 유료방송 업체와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OTT로 새로운 시장 타깃을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블TV 3위 사업자 딜라이브는 지난 7월 셋톱박스를 연결하는 TV 기반 OTT '딜라이브 플러스'를 선보였다. 전 세계 유료 가입자 1억명을 보유한 넷플릭스의 독점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CJ헬로비전 역시 오는 11월 새로운 OTT 출시를 확정하고 최종 사전 테스트(CBT)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향후 TV 플랫폼을 모든 생활 영역으로 확장하는 '홈 앤 라이프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할 OTT는 세상의 모든 동영상 콘텐츠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사용자들에게 TV를 보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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