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의 통화긴축이 본격화하며 '재팬 프리미엄'에 대한 우려가 스와프시장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재팬 프리미엄'은20여년 전 일본계 은행들이 역외 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할 때 지불해야 했던 과도한 고비용을 빗댄 용어다.

닛케이 아시안리뷰는 2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며 '재팬 프리미엄'에 대한 우려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가 된 연준 vs 비둘기만 늘어난 BOJ

연준이 연내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본은행(BOJ)에서는 비둘기파 소수론이 새로 등장하는 등 통화완화 기조가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양 국가의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되며 일본계 은행을 중심으로 달러 조달 비용에 대한 '재팬 프리미엄'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BOJ의 역사적인 저금리 정책은 자국 은행들의 대출 사업을 해외시장으로 내몰았다.

역외 대출은 자금 조달 비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수월하게 진행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회복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이야기 전개되고 있다는 게 닛케이의 설명이다.

재팬 프리미엄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지난 1995년 보고서였다. 당시 많은 일본계 은행이 일본 경제의 거품 붕괴 이후 주식 및 부동산 손실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상태였다. 샌프란 연은에 따르면 해외 대출 기관들은 위기가 진정될 때까지 일본계 은행에 달러를 빌려주는 것에 프리미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1년 닷컴 거품의 붕괴 이후에도 국제 은행 간 시장에서 미국 투자자들의 유동성 철회가 촉진되며 재팬 프리미엄이 등장한 바 있다. 샌프란 연은은 당시 프리미엄 크기가 대체로 0.05~0.07%를 넘지 않았지만, 수십억달러의 자금 규모를 고려하면 금액은 매우 큰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본계 은행의 치열한 경쟁이 방아쇠

최근 들어 일본계 은행의 치열한 경쟁으로 역외 대출 시장에서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는 경고가 확산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보고서에서 일본계 은행들이 은행 간 시장에나 통화스와프시장에서 달러를 차입하거나 매입하는 규모가 상당히 크다고 평가했다.

구로다 하루히키 BOJ 총재도 최근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블랙박스' 지역의 통화스와프시장에서 일본계 은행들의 외환자금 조달을 위한 익스포저가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나카소 히로시 BOJ 부총재는 BOJ와 연준의 통화정책 격차가 확대되면서 달르 조달 비용이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OJ에 따르면 일본계 3대 대형 은행의 외화 대출은 지난 2010년 30조엔에서 작년 70조엔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 은행의 외화 대출 규모는 3배 이상 늘었다.

닛케이는 "일본계 은행들은 해외시장 인수에 따른 달러 조달원 확보보다 달러 대출의 익스포저 증가 속도가 더욱 빠르다"며 "이 때문에 재팬 프리미엄의 재현 가능성은 매우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런 압박의 시기는 연준이 어떤 속도와 규모로 기준금리를 올리느냐에 달려 있다"며 "일본계의 역외 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설사 일본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잠재적인 문제의 크기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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