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 가계의 부동산 대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지금의 중국 부동산 대출 시장이 2007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직전 상황을 상기시킨다고 경고했다.

2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광저우에 사는 33세 직장인 엘리 마이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친구들의 대부분은 앞다퉈 집을 사들이고 있다"라며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임대료와 집값이 이렇게 강하게 오를 때 편히 있긴 쉽지 않다"라며 "앞으로 임대료와 집값이 무서울 정도로 계속 오를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SCMP는 마이와 같은 중국 젊은 중산층들이 광적으로 집을 사들이는 모습은 10년 전 미국을 강타한 주택 위기와 무서울 정도로 닮았다고 진단했다.

광저우에 있는 또 다른 직장인 웬디 왕(27세)도 최근 집값 급등에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을 우려해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SCMP에 전했다.

마이의 월급은 1만5천 위안(약 250만 원)으로 그는 집값이 폭등하자 광저우 판위구에 240만 위안(약 4억1천만 원)을 주고 아파트를 한 채 구매했다.

그는 현재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친구와 지인 등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매달 월급의 두 배에 육박하는 2만5천 위안(약 430만 원)을 갚아나가고 있다.

중국의 가계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45%가량으로 기업이나 지방정부의 부채 수준보다 양호하다. 또 주요 선진국 영국(87%)이나, 미국(79%), 일본(62%) 등과 비교해도 나쁜 편이 아니다.

문제는 해당 수치가 전국 통계치로 지역적인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계 내 숨겨진 확인되지 않은 부채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하이재경재학교 고등연구원은 중국 가계 소득이 부동산 가격보다 더 느린 속도로 증가하면서 가계는 심각한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원은 특히 가계와 저축의 대부분이 부동산시장에 흡수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상하이재경대학교의 천 위엔위엔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실질 가계 부채는 작년 말 기준 GDP의 최소 60%에 달할 것이라며 가계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성장률 전망도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가면 이르면 2020년에 중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모기지 비율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직전(2007년)과 같은 수준(127%)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통증권의 지앙 차오 애널리스트도 중국의 가처분 소득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2007년 35%를 밑돌았으나 현재 90%까지 높아졌다며 반면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저축 비율은 2000년대 초 30%를 웃돌던 데서 작년 15%로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선전의 부동산 구매자들은 올해 상반기 아파트 구매에 평균 370만 위안(약 6억3천600만 원)을 썼으며 이에 따른 모기지대출액은 평균 238만 위안(약 4억900만 원)이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64%를 웃도는 것으로 홍콩(51%)과 미국(55.5%)을 웃도는 수준이다.

선전의 주택 구매자의 대다수는 20~30대로 이들이 대출을 갚으려면 한 달에 1만600위안(약 182만 원)씩 30년간 갚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선전의 사무직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작년엔 8천892위안(약 152만 원)이었다.

전 국유 은행 매니저인 줄리아 판은 "보통 중국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월급의 절반까지 내어준다"라며 "그러나 선전과 상하이 같은 도시는 실제 월급을 훨씬 웃도는 대출을 내는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말했다.

중국 한 투자은행의 빌 두안 매니저는 "중국 주택 구매자들이 소득을 부풀리거나 급여명세서를 조작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이것이 결국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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