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15년간 맡아온 저우샤오촨(周小川·69세) 인민은행장의 발언이 시장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임기가 조만간 만료되는 저우 행장이 연임될지 아니면 물러날지 관심이 주목된 가운데 그의 발언이 향후 물러날 때를 대비한 다음 세대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현지시간)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저우 행장이 금융시장의 개혁·개방을 위한 제도적 걸림돌을 지적해 다음 세대가 이를 해결하도록 촉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저우 행장 "자유무역, 환율자유화, 자본계정 자유화" 촉구

저우 행장은 전날 중국 경제 잡지 차이징(財經)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유 무역 및 투자를 받아들이고, 시장이 위안화 가치를 결정하도록 내버려둬야 하며, 자본계정에 대한 통제를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우 행장은 이 세 가지는 개방 경제를 위해 동시에 이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장 친화적인 인물로 평가돼 온 저우 행장의 발언은 중국이 올해 들어 자본시장을 통제하며 국가와 중앙의 역할을 강화하고, 개혁·개방을 미룬다는 인상을 주는 가운데 나왔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저우 행장의 발언은 중국의 미래 지도자와 금융 당국자들에 중국을 개방 경제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이뤄져야 하는지를 상기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우 행장은 "어떤 나라도 과도한 외환 통제로 개방 경제를 이룬 나라는 없다"라며 "자본계정 통제하에 결정된 환율은 진정한 시장 환율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홍콩대학 아시아글로벌연구소 천즈우 연구원은 "이번 인터뷰는 고별 발표문이자 후임자에 대한 브리핑처럼 들린다"라며 "특히 저우 행장이 '(당신은) 위안화의 국제화, 자본계정 개방, 자유 무역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발언이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저우 행장의 발언은 "중국의 최고 정책결정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동료들…특히 미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이들을 향한 충고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모습>



◇ 다음 세대가 '자유화' 개혁 서두를지는 '미지수'

다만 미래 세대가 당장 저우 행장의 충고를 받아들일지는 불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노무라의 자오 양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본계정 자유화는 장기적인 과제로 지금은 다른 최우선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유출 압력이 있어 중국 정부의 최우선 순위는 자본유입을 촉진하는 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우 행장은 인터뷰에서 위험 회피심리와 세력다툼이 시장 자유화를 지연시켜왔다고 지적하며, 자유 무역과 환율 자유화, 자유로운 자본 유출입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율 체계를 자유화하는 데도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다른 개혁의 시기를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에 개혁을 지연시켜서도 안 된다고 촉구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발언은 저우 행장이 하려고 했던 것을 제약하는 장애들이 지속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한 장애에는 인민은행의 역할을 국무원 내에 두려고 한 것이나 정책 목표 사이에 이견, 정부와 시장의 지위를 둘러싼 논쟁 등이 포함된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장밍 연구원은 중국 당국은 금융 안정을 자유화보다 우위에 두고 있어 "단기적으로 금융 자유화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여전히 많은 한계와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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