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원자재 거래의 중심지로 '런던'을 제치고 '상하이'가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이 중국 투기꾼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경우 글로벌 경기 척도로서의 원자재 가격의 신뢰도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상하이선물거래소의 거래량은 2013년 4월부터 7월까지 3배가량 증가했다. 이후 상하이 원자재 선물 거래량은 2013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오랫동안 글로벌 원자재 중심지였던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선물 및 옵션 거래량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2%가량 감소했고, 올해는 거의 작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구리 등과 같은 산업 금속은 다리 건설에서부터 자동차 제조 등 전 산업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미래의 경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돼왔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투기적 투자자들이 가격 변동성을 높여 경기 척도로서의 원자재의 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BMO캐피털 마켓츠의 타이 웡 금속 거래 담당 헤드는 "과도한 투기는 이례적이고 부당한 방식으로 가격 움직임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웡 헤드는 "이는 글로벌 경제 지표로서의 금속가격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8월 13일에 발표된 7월 중국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 등은 모두 둔화했지만, 해당 주에 구리, 알루미늄, 니켈 가격은 상승세로 마감한 후 8월 나머지 기간 동안 랠리를 보였다.

올해 들어 구리, 알루미늄, 아연 가격은 20% 이상 오른 상태다.

통상 원자재 기업이나 생산업체들은 원자재 선물이나 옵션을 장기 위험 헤지용으로 이용하지만, 투기꾼들은 단기 이익 실현을 위해 이를 활용한다.

이때 글로벌 트레이더나 애널리스트들은 원자재 생산업자와 투기꾼들의 주간 포지션 변화와 규모 등을 보고 향후 가격 변화를 예측한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가늠할 자료가 없어 투기꾼들의 가격 베팅을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중국의 투기적 투자자들이 실제 가격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자료 접근성의 한계로 결국 중국에서 거래되는 원자재 가격에 대한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BOA-메릴린치의 마이클 비드머 수석 금속 전략가는 "올해 금속 가격 랠리를 이끈 주요 동력은 중국 투기였다"라며 "사실상 기저 펀더멘털에서는 어떤 개선도 나타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대 원자재 소비국으로 오랫동안 실물 원자재 시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으나 최근 들어 선물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이는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당국의 규제와 중국 주식시장의 침체 등으로 투자자들이 빠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외환으로 거래해야 하는 LME보다 역내 상하이거래소를 더 선호하며 이 때문에 상하이선물거래소의 거래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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