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일선 퇴진을 선언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리더십 공백에 처한 데다 반도체사업부 실적이 최고를 달리는 상황이어서 갑작스러운 퇴진 발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13일 권 부회장이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해서 사퇴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의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겸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예정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삼성전자 대표이사 및 부회장을 맡아 6년 가까이 삼성전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임기 만료를 6개월여 앞두고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이재용 부회장 공백 상황에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를 통해 마찰이나 갈등 없이 순조로운 경영진 교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다.

권 부회장은 갑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그동안 오랫동안 사퇴할 생각을 갖고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부문이 호실적을 거두고 이익이 많이 나는 지금 상황이 후배 경영진에게 자리를 물려줘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 1분기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익이 6조를 돌파했으며, 2분기에는 8조3천억원으로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3분기에는 10조원에 육박하는 호실적으로 역대 최대의 성적이다.

실제로 권 부회장은 "저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사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권 부회장은 1952년생으로 만 65세이다. 그는 사석에서도 IT업계의 수장으로서는 나이가 많은 편이라는 생각을 종종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 호황 속에 최고 실적을 내고 있지만, 이 부회장의 부재와 이로 인해 투자 결정이나 인사 등 조직의 장기 전략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 데 따른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권 부회장도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사퇴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라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부회장은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진에게 사퇴 결심을 전하며 이해를 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최고선임으로 최근 그룹에서 총수 역할을 해왔다"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6개월 전에 후임자를 발표하고 추천도 한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권 부회장의 퇴진 선언에 그룹 내부적으로 안타까움을 느끼는 분위기도 있지만 급변하는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권 부회장은 곧 후임자도 추천할 계획이다. 후보자로는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의 가능성이 크지만, 반도체 부문의 각 사업부를 맡은 진교영, 강인엽, 정은승 부사장 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이나 삼성SDI로 자리를 옮긴 전영현 사장 등도 물망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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