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대형 증권사들이 초대형 IB를 향한 증자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중소형사들에게는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하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몸집을 늘리기는커녕 적자에 따른 규모 축소가 이뤄지는 실정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말을 기준으로 국내 54개 증권사의 자본 총계 합은 50조8천700억원으로 1년 사이 5조원가량 증가했다. 자기자본 규모별로 초대형 IB 인가 요건을 갖추기 위한 증권사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이어진 결과였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자본 총계 합은 36조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5조8천억원가량 늘었다. 그러나 하위 30개사의 자본 총계는 도리어 1조원 이상 감소하며 뚜렷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요건을 갖추기 위한 대형 증권사들의 증자가 이어졌다.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등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웠고,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증자에 나섰다.

메리츠증권도 전환상환우선주의 발행과 메리츠캐피탈의 자회사 편입 등의 이슈로 자기자본이 1년 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메리츠의 자기자본 순위는 9위였으나 현재는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를 제치고 6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몸집 싸움도 어디까지나 그들끼리의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54개 증권사 중 14개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감소했다. 중소형 증권사 일부는 인위적인 규모 축소에 나섰거나 연이은 적자에 이익잉여금이 결손되며 자기자본이 줄었다.

한국도이치증권은 지난 4월 감자에 나섰다. 장외파생 투자매매업 라이선스를 반납하면서 자본금을 506억원에서 416억원으로 줄이는 감자를 단행한 것이다. 업황이 악화하며 수익성이 높지 않은 사업 정리에 나섰다.

또한, 외국계 증권사들은 수익 정체에도 대규모 배당을 유지하며 자본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증권, BNP파리바증권 등의 배당성향은 90%에 육박하는 등 재투자 의지가 없었고, 이에 비례해 자기자본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 동부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도 적자로 인해 이익잉여금이 줄며 자기자본이 축소됐다. 토러스투자증권의 경우에도 올해 상반기 적자를 시현하며 이익잉여금 결손 규모가 더욱 커졌다.

골든브릿지증권도 적자로 인해 자기자본 규모가 축소됐다. 이에 더해 유상감자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증권사는 유통주식의 21%가량을 소각해 자본금은 650억원에서 520억원으로 더 줄일 방침이다.

다른 관계자는 "우후죽순 생겨난 중소형 증권사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도태되고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은 시장 경제 체제에서 당연한 적자생존의 논리"라고 강조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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