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하는 등 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수출로 미국 세탁기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하면서 세이프가드 발동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초 미국 정부가 삼성과 LG 세탁기에 대한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 세이프가드 조처를 발동할 가능성이 크지만, 관련업체가 입을 피해 규모는 제한적인 규모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과 LG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한 트럼프가 지난해 말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해 미국 내 세탁기 공장건설 등 대책을 강구한 덕분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삼성, LG와 공조해 대응하는 한편, 업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우리 기업의 생산 공장이 있는 베트남 등 이해 당사국과도 공조할 방침이다.

양자 및 다자 채널을 활용해 미국 세이프가드에 대한 우리나라 입장과 우려를 지속 전달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세이프가드는 긴급수입 제한조치로 특정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에 피해가 생길 경우 수입국이 관세를 높이거나 수입량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이다.

지난 5월 31일 미국 가전회사 월풀이 삼성과 LG 세탁기에 대해 ITC에 청원했으며 현재 1%대인 관세를 40% 수준으로 올리고 모터 등 핵심부품을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 공장에서 조립하는 경우도 세이프가드 범위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TC는 지난 5일 수입 세탁기로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오는 19일 제제 방법이나 수준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 이후 내달 21일 결정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서가 송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제재 발동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어 2월 초가 발동 여부 결정 시한이다.

정부와 업계는 한국 세탁기로 월풀 등 미국 산업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대응논리를 마련함과 동시에 한국 세탁기의 유통을 금지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침해되고, 세탁기의 가격이 오르게 돼 미국 소비자에도 손해가 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월풀 38%, 삼성전자 17%, LG전자 14% 순으로 월풀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LG전자의 경우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미국 세탁기 수출액이 연간 5천억 수준인 것으로 키움증권은 추정했다. 한국 생산제품은 한·미 FTA에 따라 세이프가드 적용에서 제외된다.

LG전자는 2천8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세탁기 생산공장을 착공해 2019년 1분기부터 완공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미국 공장에서 세탁기를 생산해 공급이 가능해진다.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창원 공장이나 미국 현지 공장의 생산 비중을 확대해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생산 원가가 일부 상승하겠지만 판매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키움증권은 분석했다.

동부증권은 "LG전자의 미국 세탁기 판매량의 20% 정도가 한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고 한국공장에서 생산을 확대하면 60% 비중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판매금지가 되더라도 500억원 전후의 영업이익 타격이 예상되며 이는 올해 LG전자 영업이익(개별)의 2~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가전의 이익 기여도가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경우 실적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세탁기는 연간 물량으로는 200만대 이상, 금액으로는 10억달러(약 1조1천4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전자는 태국과 베트남에서 약 80%를, 나머지 20%를 창원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한다. 삼성전자는 대부분을 태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해 수출 중이다.

삼성전자도 LG전자와 마찬가지로 4천300억원을 들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카운티에 가전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내년 초에 세탁기 생산라인을 가동해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ITC 판정에 대해 실망을 표하며 뉴베리에 진행 중인 가전 공장건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북미 가전공장을 건설해 가장 혁신적인 세탁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나올 구제조치가 이 공장의 건설과 가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을 ITC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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