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정부가 추진하는 통신비 절감대책으로 입지가 좁아진 알뜰폰(MVNO) 업계가 파격적인 요금제를 잇달아 출시하는 등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향후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의 방향성에 따라 자구책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에서 이동통신 3사로 이탈한 번호이동 가입자는 5만4천3명에 달한다.

반대로 이통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번호이동 고객은 5만3천637명에 그쳤다. 번호이동만 놓고 보면 알뜰폰 가입자가 366명 빠져나간 셈이다.

지난 2011년 출범한 알뜰폰은 이통사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워 가입자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당연히 알뜰폰으로 유입되는 가입자가 이탈 고객보다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하더니 지난 7월에는 처음으로 번호이동 이탈 가입자가 유입 고객을 추월했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으로 수익 감소가 우려되는 이통사들이 알뜰폰 고객을 대상으로 표적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선택약정 할인율이 20%에서 25%로 인상되면서 알뜰폰 요금제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가입자 정체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보편요금제 등 통신비 관련 후속 대책이 현실화할 경우 알뜰폰에 대한 수요가 더 줄어들지 모른다는 점이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통신비 인하정책의 일환으로 도입을 추진하는 요금제로 월 2만원대 요금에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3GB를 제공한다. 현재 SK텔레콤이 데이터 1.2GB를 월 3만9천600원에 제공하는 것과 비교해 요금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알뜰폰 업체들도 이통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요금 수준을 더 낮추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의 헬로모바일은 지난달 월 2만9천700원에 음성통화 100분, 데이터 10GB를 제공하는 '보편 USIM 10GB' 요금제를 선보였다.

세종텔레콤 역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 LG전자 V30 등을 'LTE 데이터 6G' 요금제로 가입한 고객에게 월 기본료를 6만8천200원에서 2만6천400원으로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연말까지 진행한다.

일부에서는 이런 자구책이 탄력을 받기 위해 단말기 완전자급제 등 알뜰폰 업계에 유리한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휴대전화 구매와 통신사의 요금제 가입을 분리하는 제도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이통사의 유통망 장악이 사라져 알뜰폰 업계에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보편요금제와 단말기 완전자급제 중 어떤 제도가 실제로 시행되느냐에 따라 알뜰폰 업계의 희비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며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도 빨리 마무리돼야 영세 알뜰폰 업체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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