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딱 1년 전이다.

온갖 얘기가 나와도 국민연금이 국정농단에 연루됐을 리 없다고 믿었지만, 눈으로 확인했다. 재벌 2세라는 특정인의 정권 이익을 위해 나와 우리의 은퇴 후 노후 자산이 이용당하고 있음을.

지금 국민연금은 보험처럼, 적금처럼 쌓이고 언젠가는 좋은 결과를 줄 것이라고 알리고 있다. 광고와 함께.

지난 1년간 국민연금은 특별한 돈을 들이지 않고도 많은 홍보를 했다. 이제 우리의 '쌈짓돈'이 모여 600조 원을 넘겼고, 이들이 움직이면 2세 경영권 정도는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보는 눈이 매서워졌다.

이건 모든 국민이 아는 얘기다.

더 나아가 주식 투자를 하는 이는 국민연금의 시장 영향력을 생각한다. 지난해 대형주-패시브로 돌아선 국민연금의 전략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몸소 체험했다. 국민연금은 '코스닥의 저승사자'였다.

그러던 국민연금이 새 정부 들어 달라지겠다는 신호를 연이어 보냈다.

정부가 연기금의 투자비중을 10%까지 늘리겠다고 했고, 그 때 즘 국민연금이 8할을 차지하는 연기금이 매섭게 사들이기 시작했다. 코스닥지수는 좀처럼 갈 수 없을 것 같던 800선을 돌파했다.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정부는 연기금을 끌어들일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사실 시장이 가장 원한 부분이기도 했고, 수급의 의미가 있기에 개인투자자들은 대환영했다.

거품을 즐기려는 찰나 국민연금 김성주 새 이사장은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 2% 수준인 코스닥 투자비중을 2020년까지 10%로 올린다는 계획은 정해진 게 없다"였다. 거기에 작전 등의 단어를 언급해 정부가 코스닥을 보는 시각이 예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것을 보여줬다.

맞는 얘기다. 원론적으로 공단의 국내주식 투자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심의·의결한 자산 배분계획, 벤치마크 등을 기준으로 시장의 여건과 기금 포트폴리오의 사정을 고려해 이뤄진다.

기존 포트폴리오 배분 계획과 벤치마크를 벗어난 코스닥 투자는 힘든 게 현실이고,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벤치마크는 코스피로, 스타일별 위탁 투자를 제외하면 직접주식 패시브 투자에서 코스닥 비중을 급속하게 늘리긴 쉽지 않다. 보기에 따라 작전일 수 있다.

가중된 혼란 속에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연기금으로 코스닥 투자를 늘려나가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다만 정부가 당초 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비중을 10%로 확대하겠다고 정한 바는 없다"고 봉합했다.

코스닥이 많이 커졌고, 연기금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2000년대 초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해 3투신이 희생양으로 차출되던 시대는 아니다.

시장에서는 정부끼리도 얘기가 달라서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그러나 몇 년 전 알리지 않고 그들끼리 결정하던 시대, 공공투자를 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이번 시대도 위험성은 다분하다.

다름은 언제나 있다. 그런 다름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긋기, 엇박자로 많이 알려져 우리의 노후인 국민연금이 엉뚱한 길로, 누구도 모르는 길로 들어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sykwak@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