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금리인상·자본통제·환시개입' 고민

회색 코뿔소 대비해야…내년 1분기 "힘든 싸움"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당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미국 감세안으로 초래될 자본유출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지도부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과 감세안에 따른 여파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료들은 미국의 투자 매력이 부각돼 중국에서의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은 해당 계획에는 인민은행의 금리 인상, 자본통제 강화, 빈번한 환시 개입 등을 활용해 본토에서 자본이 유출되지 않고, 위안화가 하락하지 않도록 떠받칠 준비를 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해당 논의에 참여한 한 당국자는 미국의 세제개혁안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명백한 위험을 뜻하는 '회색 코뿔소'라고 지칭하며, "내년 1분기에 몇 가지 힘든 싸움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당국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위안화다.

위안화가 또다시 하락압력을 받고, 위안화 약세 심리가 퍼져나간다면 자본유출은 또다시 가속화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감세안은 중국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서의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위험이 있다.

미국이 예정대로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0%로 인하할 경우 몇 년 뒤에 미국이든 중국이든 제조업체들은 공장 설립지로 중국보다 미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주요 국가 중에서도 기업들의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에 속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법인세 등 각종 수수료를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이익의 40~50%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평균 세율은 이보다는 훨씬 낮은 편이다.

여기에 단기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돼 중국에서의 자본유출 압력은 높아질 전망이다.

국제금융협회(IIF) 자료에 따르면 이미 중국 등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펀드 흐름은 지난달 말부터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경제가 견고하다면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말하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과 인프라 투자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의 부채가 과도하게 빠르게 증가하면서 중국의 성장세를 억제하는 점도 부담이다.

WSJ은 인민은행이 대비할 수 있는 한가지 방안은 은행 간 차입 비용을 점진적으로 위쪽으로 유도하면서도 기준금리는 동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당장에 기준금리 인상은 금융위험은 억제할 수 있지만, 경제에 타격을 가할 수 있어 실행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의 주 차오핑 글로벌 마켓 전략가는 "인민은행은 내년 1분기의 약간 더 긴축적인 기조로 나아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당국의 비상 계획 논의에 관련된 당국자들은 만약 미국의 감세안이나 금리 인상이 중국의 자본유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면 계획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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