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국내외 경제환경이 급변하면서 미래먹거리를 찾기 위한 재계의 노력이 더욱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M&A 추진실적과 각종 투자성과는 기업들이 그리는 생존전략에 대한 청사진 역할을 제공합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최근 M&A 성과를 토대로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들이 어떤 생존전략을 모색하는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는지를 들춰보는 기획물을 이틀에 걸쳐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규모의 반도체시설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국내기업의 인수·합병(M&A) 중에서 최대였던 하만을 인수한 뒤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미래성장 동력확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

대신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대규모 시설투자로 독주체제를 이어가면서 단기적인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13일 삼성그룹과 재계 등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국내 및 해외기업 인수 사례는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지난 7월 그리스의 음성변환 스타트업 이노틱스(Innoetics)를 5천만달러(한화 약 570억원)에 인수한 것과 11월 말 국내 인공지능(AI) 챗봇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럭셔리 가전브랜드인 데이코와 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 전장기업 하만 등 기업가치가 수천억에서 수조에 이르는 곳을 줄줄이 인수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9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당시 CE 부문장)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IFA에서 올해 대형 M&A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사내에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가 있어 사업재편이나 대형 M&A 등 여러 의사결정을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게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최근 인공지능(AI) 부문에서 M&A를 시도했으나 협상 막판 단계에서 무산된 사례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따른 총수 부재로 발생하고 있는 어려움을 에둘러 토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신기술 확보를 위해 삼성 넥스트펀드나 캐털리스트펀드, 삼성벤처투자 등을 통해 스타트업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M&A 공백을 메우고 있다.

올초 삼성전자는 삼성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의 후신인 삼성 넥스트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1억5천만달러(약 1천800억원) 규모의 '삼성 넥스트 펀드'를 조성했다.

삼성 넥스트 웹사이트에 따르면 삼성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 출범 후에 총 57건의 투자가 진행됐으며, 그중에서 22건은 삼성 넥스트 펀드 조성 후에 진행됐다.

삼성넥스트는 가상현실(VR),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 보안, AI, IoT, 모바일커머스를 투자 분야로 삼고 있다. 삼성넥스트 말고도 삼성전자는 삼성캐털리스트펀드, 삼성벤처투자 등을 통해서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산하에 3억달러(약 3천400억원)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펀드'를 조성해 전장 사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첫 번째 전략적 투자로 자율주행 플랫폼과 첨단 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의 글로벌 리더인 TTTech에 7천500만 유로를 투자했다.

스마트 센서와 머신비전(영상 이미지 기반의 검사·분석 기술), AI, 커넥티비티 솔루션, 보안 등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카 분야의 기술확보를 위해 운영된다.

올해 삼성전자의 M&A 행보가 부진했으나 내년에 다시 활기를 띨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새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은 내년에는 자동차 사업과 디지털 헬스, 비즈니스 소프트웨어(SW)에 중점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 사장은 "M&A를 도구로 이용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것이 더 큰 딜을 추구하는 데 자신감을 갖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의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인 46조2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81.2%가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에만 29조5천억원, 디스플레이에 14조1천억원을 모두 투입될 예정이다.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AI와 자동차 전장 사업 등 미래먹거리에 대한 모색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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