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거래 때 서면 계약 의무화

한도 초과 때 당국에 보고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당국이 금융기관들의 채권거래 규제를 강화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민은행과 은행, 증권 보험 당국이 공동 발행한 지난달 29일 자 통지문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은 앞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레포)이나 채권 선도거래 때 서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또 미상환 레포나 역레포 규모가 특정 한도를 초과할 경우 이를 당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대리 채권 보유 관행을 단속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의 대리 채권 보유 관행은 금융기관들이 한도를 우회해 돈을 빌려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금융기관 간 채권거래의 투명성을 높여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레버리지를 낮추고, 위험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당국이 이같이 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대리 채권거래는 제 3자에게 이를 되사줄 것을 약정하고 채권을 팔아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한 자금은 또다시 다른 채권을 사는 데 투자돼 레버리지를 높이는 데 활용된다.

해당 거래는 통상 서류상으로 이뤄지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암암리에 이뤄져 왔다.

금융기관 간의 깊은 신뢰와 풍부한 유동성 등이 확보되면 큰 문제가 없지만 금융 환경이 바뀌거나 금융기관 간 신뢰가 깨질 경우 구두상 거래는 순식간에 시장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채권 시장의 대리 거래를 금융시장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적해왔다.

특히 지난 2016년 국해증권이 위조 채권거래로 거래 상대방에게 대규모 손해를 끼치면서 이러한 대리 채권거래의 위험성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당시 국해증권 사태로 RP금리가 폭등세를 보이면서 채권 시장 전체가 불안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국해증권 사태 역시 회사가 판매한 채권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문제가 드러났으며 당시 대리 채권거래 관행이 문제의 근간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중신증권의 밍밍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2016년 국해증권 스캔들 이후 많은 이면 거래들이 크게 줄었으며 지난 1년간 당국의 규제 강화로 레버리지 비율도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이번 새로운 규제도 "당국의 규제 기조를 확인하고 공식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규제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미상환 레포나 역레포, 예금수신 거래 잔액이 순 자산의 80%를 초과할 경우 이를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보험사들의 한도는 순 자산의 20%이며, 증권사와 펀드운용사, 선물중개업체들의 한도는 순 자산의 120%이다.

뮤추얼펀드 펑양 AMC는 보고서에서 "이번 규제는 상대적으로 레버리지가 높은 소형 은행, 증권사, 사모펀드 들에 더 큰 충격을 미칠 것"이라며 반면 "대형 기관들의 현재 채권 잔액은 한도를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는 "자산이 500억 위안 미만인 은행들은 채권 포지션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규제는 즉각 적용될 예정이지만 당국은 1년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단 유예기간이 지나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금융기관들은 새로운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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