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하더라도 연기금이 셀트리온 빈자리만큼 당장 코스닥 투자를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연기금 국내 주식투자 벤치마크가 아직은 코스피여서, 코스닥에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이전에 따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으로 단기간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가 줄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KRX300' 통합지수 도입 등으로 코스닥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코스피 이전 상장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에는 코스피에서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코스닥 1등주로, 전체 코스닥 시가총액의 25%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떠나면 연기금 자금 유출로 코스닥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셀트리온이 빠져나가면 그만큼 연기금의 코스닥 직접 투자가 줄게 된다. 코스닥 규모 축소에 따른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으로 코스닥 간접 투자도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연기금들의 국내 주식 벤치마크가 코스피나 코스피200이어서 코스닥 투자는 사실상 연기금의 자율에 맡겨진다. 셀트리온 이전으로 코스닥 전반의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 더욱 연기금 코스닥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연기금의 한 투자전략팀장은 "급격한 가격 변동이 없다면 연기금들이 셀트리온 코스피 이전 후에도 팔지 않고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며 "코스닥 시장은 셀트리온 이탈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 효과로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 성장 핵심 정책으로 벤처기업 투자 확대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꼽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연기금은 코스닥 투자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코스피 232개, 코스닥 68개 종목으로 구성된 통합지수 KRX300을 출시하고, 이를 연기금 벤치마크로 사용하도록 권고해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기금평가에서도 연기금이 코스닥 투자를 늘리면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연기금의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KRX300이 나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당수 연기금이 이를 벤치마크로 채택할 것이고, 코스닥 투자도 늘어나게 된다"며 "정부가 지속해서 코스닥을 지원해 코스닥 활황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연기금의 다른 CIO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로 이미 중·소형주 투자를 상당 부분 늘린 상태다"며 "시장의 대세가 코스닥인 상황에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기금들이 코스닥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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