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신은실 특파원 = 달러화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양적완화(QE)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영향으로, 유로화 대비 10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27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346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179달러보다 0.0167달러(1.49%) 올랐다.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2.28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휴장 가격인 111.87엔보다 0.41엔(0.37%) 높아졌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7.39엔에 거래돼, 전장 가격인 125.06엔보다 2.33엔(1.86%) 상승했다.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파운드당 1.28265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27182달러보다 0.01083달러(0.85%) 강해졌다.

달러화는 ECB가 공격적인 부양정책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에 주목한 가운데 장 초반부터 약세를 나타냈다. 장중 미국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내림폭을 소폭 줄이기도 했지만, 상승세로 전환하지는 못했다.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AHCA) 상원 표결 연기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도 달러화에 부담이 됐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소속 상원 의원들에게 '트럼프케어'의 내용 일부를 보완한 뒤 의회예산국(CBO) 심사를 거쳐서 다음 달 4일 독립기념일 이후에 표결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지난주 상원에서 처리할 트럼프케어 법안을 공개했으며, 금주 중 표결 처리할 예정이었다.

유로화는 드라기 총재가 포르투갈 신트라 연설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성장세가 추세를 상회한다고 진단하며 QE축소 가능성을 시사해 강세를 보였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ECB의 완화 정책이 좋은 효과를 가져왔다"면서 "경제성장 추세가 빨라지면서 줄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제가 개선되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을 경우에 점진적으로 축소할 것"이라는 전제를 덧붙였다.

드라기 발언은 ECB가 매달 600억 유로 규모의 채권매입 프로그램 축소를 준비하는 가운데 공개돼 주목받았다. 지금까지 ECB 관계자들은 올해 12월의 채권매입 프로그램 종료 후 상황에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상당한 규모의 통화 부양책이 여전히 필요하다며 현행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도 언급했지만, 전문가들은 드라기의 전반적인 발언이 기존의 강한 `비둘기' 입장에서 다소 완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드라기 발언 후 유로존 국채 수익률은 오름폭을 확대하고, 유로화도 달러화 대비 상승 폭을 확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마켓데이터 그룹에 따르면 유로는 장중 1.13달러 위로 올라,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이날 발표된 6월 미국 소비자 신뢰도는 시장 예상을 웃돈 상승세를 나타내,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소폭 개선됐음을 시사했다.

콘퍼런스보드는 6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985년 100을 기준으로 했을 때 118.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는 117.6을 기록했다.

WSJ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116.0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난 4월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세는 몇 달만에 둔화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에 따르면 4월 전미주택가격지수는 계절 조정 전 기준 전월 대비 0.9%, 전년 대비 5.5% 각각 상승했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지난 3월의 5.6%에서 소폭 둔화했다.

4월 20개 대도시 주택가격은 전월비 0.9% 상승했고, 전년비 5.7% 높아졌다. 3월에는 1년 전보다 5.9% 상승했다.

WSJ이 집계한 20개 대도시 주택가격에 대한 전문가 예상치는 전년비 6% 상승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임금 상승과 주택 수요 증가 및 공급 제한 등으로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며, 최근 가격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여전히 개인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 연설도 주목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물가 상승률 둔화가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커 총재는 런던 연설 자료를 통해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것을 고려하면 "완화적인 정책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는 것을 여전히 지지한다"며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자산 축소와 관련해서는 "천천히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올해 어느 시점에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커 총재는 미국의 경제가 2% 성장 궤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고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현재 4.3%인 실업률은 앞으로 몇 년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옐런 의장도 런던 연설에서 당분간 낮은 금리가 이어질 것이고 금리는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해 피력했다.

앞서 연설에 나선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미국의 경제성장과 고용시장 호조를 지목하며, 많은 재정 부양이 필요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ECB가 이르면 올해 9월이나 10월에 내년부터 시작될 QE 축소 계획을 발표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유니크레딧의 마르코 발리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발언은 ECB의 경기부양책이 2018년에 축소될 가능성을 시사한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평가하고, ECB의 월간 채권매입 규모가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400억 유로와 200억 유로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BNY 멜론의 네일 멜러 수석 외환 전략가는 "드라기 발언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유로화에 영향을 주기에는 충분했다"고진단했다.

es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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