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당국이 금융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시작한 그림자 금융과의 전쟁이 제도권 금융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0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에 있는 한 제조업체 경영진은 당국의 금융 규제로 당장 회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2017년 초 본토에서 자금을 빌려 미국 할리우드 영화 스튜디오 인수를 위해 3천만 달러를 보증금으로 지불했다.

당시는 중국 기업들이 해외의 주요 건물이나 스튜디오, 스포츠 클럽 등을 연이어 사들일 때였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하 우려로 자본유출을 단속하고, 중국 기업들의 해외자산 인수에 제동을 걸면서 과거 자금을 차입해 해외자산 인수에 나섰던 기업들에 불똥이 떨어졌다.

할리우드 영화 스튜디오를 인수하기로 한 제조업체는 추가 매입 자금을 송금할 수 없어 거래를 철회하고 보증금을 환급받길 원했으나 영화 스튜디오 측은 새 매수자를 찾아야 보증금을 환급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의 제임스 허 이사는 "역외에서 그러한 자금을 보유한 매수자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더구나 당국이 해외 엔터테인먼트 투자를 금지하면서 이러한 자산은 훨씬 덜 매력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회사의 손실은 3천만 달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회사는 본토에서 해당 자금을 대출하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활용했다.

회사의 주가가 2016년 말 고점 대비 40% 이상 빠진 가운데 대출 6천억 위안이 연체돼 채권단의 독촉을 받고 있다..

허 이사는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 인수한 사업에서 수익이 제대로 발생하지 않은 데다 주식을 담보로 한 채권까지 주가 하락으로 마진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 흐름이 말 그대로 차단돼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신탁이나 자산관리상품(WMP) 등 고금리 대출도 완전히 차단돼 이러한 기업의 자금 경색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정보 제공업체 윈드에 따르면 올해 A주에 상장된 전체 3천440개 기업 중에서 주식 담보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는 자금만 1조8천억 위안이다.

2월 초 주가 폭락으로 2월 첫주에만 145개 종목이 거래 중지됐으며 이 중 40개 종목은 적어도 한번 하한가를 맞았다.

홍콩의 투자은행가인 마이클 리도 자신의 중국 고객을 위해 미국에 있는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지배 지분을 인수할 투자자를 급히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고객은 본토 부동산 회사로 상장사는 모두 3곳이지만, 대출 연체로 자산은 동결된 상태다.

회사는 작년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주요 지분을 4억3천만 달러에 사들였으나 이를 60%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하려 애쓰고 있다.

이 투자은행가에 따르면 할인된 가격으로 자산을 처분하더라도 빚을 갚기엔 역부족이라며 잠재적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스탠드더앤드푸어스(S&P)는 지난 1월 말 보고서에서 수익 창출만으로는 유동성 긴축 상황에서 중국의 위험 기업들을 살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평사는 중국 역내 시장의 금리 상승과 스프레드 확대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차입 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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