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최근 금융당국이 일부 자산운용사들의 공모주 대리 청약 행태에 철퇴를 가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편법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공모주 대리 청약에 나선 자산운용사들에 대거 제재를 내렸다. 금감원은 투자자의 청탁을 받고 공모주를 대리 청약하고, 이에 5~7%의 수수료를 부과해 수익을 올린 8개 자산운용사에 대해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의 조치를 내렸다.

일반 투자자는 공모주 청약을 할 때 50%의 청약증거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들은 청약증거금을 내지 않는다. 이러한 제도를 이용해 투자자들의 청탁에 따라 대규모로 공모주 청약을 하고, 배정된 주식에 수수료를 받고 넘긴 것이다.

금감원 제재에 이러한 형태로 영업이 불가능하자, 일부 기관에서는 펀드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소수의 투자자가 일정 금액을 내고 운용사의 공모주 펀드를 운용할 권리를 사들이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돈을 받고 비히클을 빌려준다'고 말한다.

이 경우 겉으로 보면 공모주 펀드이나, 실제로는 펀드 투자자 한 명과 구색을 갖추기 위해 투입한 자금 등으로 사실상 자본시장법상 규제하고 있는 '사모단독펀드'다. 펀드 운용도 투자자가 맡는 형태다.

A 운용사 관계자는 "공모주 대리 청약이 힘들어지니 운용사에서 직접 펀드를 빌리는 것으로 패턴이 변화한 것"이라며 "이 경우 일반 투자자 신분으로도 증거금 하나 없이 공모 청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 운용하던 펀드를 그대로 뺏긴 매니저도 있다"며 "공모주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아는 투자자들이 뛰어들며 신생운용사 D, E, H 등이 이런 영업에 뛰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공모주 시장도 활기를 나타낼 전망이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이러한 편법적인 영업행태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감도 높다.

일각에서는 일부 운용사를 중심으로 공모 청약 과정에서 가격 담합이 관행처럼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또한, 상장 주관사가 물량 배정 과정에서 정성적인 지표에 크게 무게를 두며 정당한 시장 질서를 왜곡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B 운용사 관계자는 "공모 청약 제도는 모두에게 공평한 시장에서 공평하게 물량이 배정돼야 합리적인 시장"이라며 "공모주가 수익을 내기 좋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뛰어드는 투자자가 많아 시장에 버블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C 운용사 관계자는 "일부 운용사에서는 바터 거래나 리베이트 등도 일어나는 데, 이는 타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근절해야 한다"며 "감독 당국 차원에서 있는 정책 내에서라도 철저하게 적발하고 강력하게 처벌 내리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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