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미국의 관세 조치에도 미국산 대두를 보복 품목에 포함하지 않던 중국이 더욱 단호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미국산 대두의 상당 부문이 현재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두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농업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 中 대두 미국서 30% 수입…美 대두에 직격탄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최대 대두 수입국이며 작년 기준 수입한 대두는 9천550만 톤으로 금액으로는 약 400억 달러어치다. 이 중 3분의 1가량은 미국에서 수입한 대두다.

이날 늦게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발표한 직후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5월물 대두 선물 가격은 부셸당 최저 9.845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전날보다 4% 이상 떨어진 것으로 2월 초 이후 최저치이다.

미 대두 수출협회의 샤오핑 장 중국 담당 디렉터는 중국의 관세 계획을 언급하며 "이러한 일이 일어나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미국 대두에 대한 관세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대두 없이는 다른 지역의 공급만으로는 중국의 장기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두에 대한 관세가 시행되면 미국산 대두 가격은 더욱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라보뱅크의 농산물 원자재 담당 스테판 보겔은 "분명히 중국에서 대두와 식용유 가격은 오를 것"이라며 "반면 미국의 가격은 점점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두 가격이 오르면 사료 가격도 동반 상승해 중국의 축산물과 육류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현재 남미의 농산물이 수확기를 맞았다는 점에서 한시적으로 중국은 남미에서의 대두 수입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코메르츠방크는 이 때문에 중국이 자국의 대두 공급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도 미국 핵심 농산품인 대두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 美 농장주들 대비…트럼프 표밭 위협



미국 농장주들은 이미 관세에 대비해 파종을 줄일 계획이거나 투자 결정을 재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미국 농산물 생산업자들은 중국의 관세 부과로 수출이 축소돼 가격 하락과 공급량 증가로 소득이 줄어들 것을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대두 이외에도 옥수수, 밀, 소고기 등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시행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다.

일로노이주의 한 대두 생산업자는 대두 가격이 급락하고 중국으로 대두 수출이 줄어들 때를 대비해 옥수수 생산을 늘리고 대두 생산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작물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경우 종자나 비료 구매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중국의 부당한 무역 관행을 바로잡을 수만 있다면 일부 손실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민주당이 더 나은 것을 주지 못한다면 트럼프에 다시 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실이 커질 경우 트럼프의 표심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대두협회는 중국의 관세 부과로 손실액이 1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최대 농업 로비 단체 중 하나인 전미농업협회는 미국과 중국은 무역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양국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미네소타주의 종자 회사인 '앨버트 리 씨드'의 맥 애르하르트 공동소유주는 "대통령의 표밭이 상당 부문 시골에 있어서 중국이 (농산품 관세로) 불장난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이 실제 관세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중국 대두 수입업자들이 주문을 취소하거나 브라질 등지로 수입처를 옮길 수 있어 미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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