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공매도를 둘러싼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로 패닉 매도에 나선 개인은 상당한 손실을 본 상황에서, 기관은 공매도로 수십억의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배당 사고가 벌어진 지난 6일 삼성증권에 대한 공매도 거래량은 59만주(약 227억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삼성증권 일평균 공매도 거래량이 1만5천주가량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40배 수준으로 폭증한 것이다.

이런 추세는 다음날까지 이어져 9일에도 40만주의 공매도가 이뤄졌다. 단 2거래일 사이 360억원 규모의 공매도가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를 두고 무차입 공매도가 이뤄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 제도적으로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어서, 배당 사고와 관련된 물량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주식 대차 현황을 통해 공매도의 주체를 파악할 수 있다. 대차거래는 차입자가 기관 투자자 등에 일정한 수수료를 내고 주식을 빌린 뒤 대여자에게 주식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 2거래일간의 삼성증권에 대한 주식 대차 현황을 보면, 투신권이 200만주 이상 대규모 차입에 나섰다. 기관이 공매도를 통해 차익을 거두는 동안, 외국계 증권사는 주식 대여에 나서며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삼성증권의 전일 종가는 3만5천500원으로, 지난 6일 공매도 평균 단가인 3만8천510원보다 7.7%가량 낮다. 공매도에 나선 기관이 최소 20억원 이상 이득을 본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더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개인이 갑작스러운 주가 급락에 패닉 매도세를 연출하는 동안 기관과 외국인은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는 공매도를 통해 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일 개인은 장중 1천460만주 규모를 매도하고 나섰는데, 기관과 외국인이 매도한 평균 단가보다 845원가량 낮은 가격에 처분했다. 산술적으로 개인투자자는 120억원가량 손해를 보고 판 것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증권과 관련한 공매도 제한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돌파하는 등 공매도에 있어 개인이 소외돼 있다는 점이 더 분노를 낳고 있다"며 "시장 패닉 상황에서 개인만 손해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말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통해 개인과 공매도의 명암이 여실히 드러나며 가뜩이나 높아진 공매도에 대한 반감이 심화했다"며 "공매도가 자연스럽게 투자 기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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