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3%도달…달러 전방위 강세에 페소화 급락

중앙은행 외환개입 실패…불신 높아져

높은 물가와 대외부채도 부담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2주 만에 15%가량 급락하면서 아르헨티나에 제2의 외환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통화 가치가 급락하기 시작한 것은 2주 전 미국의 국채 금리가 3%에 도달하던 시점과 일치한다.

당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3%를 돌파해 2013년 12월 31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위험 자산이 동반 하락했고, 달러화는 전방위 상승 압력을 받았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급락세를 보이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27.75%에서 30.25%로 300bp 깜짝 인상했다.

그러나 이는 되레 시장의 우려를 부추겼다.

물가 상승률이 20%를 웃도는 상황에서 큰 폭의 금리 인상으로도 경기 부진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팽배해졌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금리 인상 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상 금리 인상은 우려를 완전히 걷어내지 못했다"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페소화의 반등은 일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은행은 4월부터 페소화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만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의 8%가량인 50억 달러를 페소화 방어에 소진했다. 그럼에도 4월 마지막 주 페소화는 미 달러화에 1.6% 하락했다.

연준이 5월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점진적 금리 인상을 재확인했지만, 달러화의 강세는 계속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ICE달러지수는 4월 중순부터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해 지난 9일까지 4% 이상 올랐다.

미국이 예상보다 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강화되고, 유가 상승세가 가중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금리를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됐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신흥국 우려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중앙은행은 다시 페소화 가치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무려 1주일여 만에 금리는 4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됐다. 아르헨티나의 높은 인플레이션에 경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쪼그라드는 외환보유액도 불안 요인으로 부상했다.

뉴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칼 쉐퍼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외환보유액을 매도해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솔직히 그들은 금리를 40%까지 올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3월 말 기준 617억3천만 달러로 국제통화기금(IMF)이 경제 및 금융안정을 방어하는 데 적정하다고 판단한 652억3천만 달러에 육박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을 한 달 만에 전체의 8%인 50억 달러를 소진해도 위기가 진정되지 않자 정부는 IMF에 구제를 신청했다.

베어링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게리 스미스는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불안을 양산해 반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페소화 가치가 하락하고 달러 가치가 치솟자, 아르헨티나의 과도한 대외부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정부 부채의 3분의 2가량은 외화로 발행된 것으로 인근 유사한 규모의 국가인 브라질의 4.4%와 멕시코의 33.5%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모건스탠리의 한스 레데커 애널리스트는 페소화 가치 하락은 마켓워치에 "달러화 강세의 부정적 영향과 달러화 조달 비용을 부각했다"고 말했다.

달러의 추가 강세는 달러화 부채가 과도한 국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애널리스트들은 경상적자, 통화정책 및 외환개입 투명성 부족 등 아르헨티나의 취약한 상황이 페소화 매도로 악화했다고 우려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FI)은 WSJ에 "최근의 가격 움직임은 심리가 얼마나 빠르게 변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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