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윤성현 기자 = 이달 1일 국내 바이오업계에 그야말로 '날벼락'이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이 국내 바이오기업의 '대장주(株)'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회계감리를 진행한 결과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날이다.

회계감리는 기업의 재무제표와 그에 대한 회계법인의 외부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금융당국이 검사하는 업무다.

최고 60만원까지 오르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이튿날 바로 곤두박질쳤다. 3영업일 만에 주가는 35만원까지 내려가 최고가 대비 반 토막 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었다. 국내 바이오업계의 회계처리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면서 바이오기업의 주가도 대부분 약세를 면하지 못했다.

막대한 손실을 본 몇몇 투자자는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사실이든 아니든 '회계 이슈'가 자본시장에 엄청난 파급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여실하게 보여준 사례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의 회계감리에 최적의 대응방안을 찾아주는 한 대형 법무법인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국내 회계감리 분야 '어벤저스(Avengers)'로 불리며 로펌 내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주인공은 법무법인 세종이다.

 

<※사진설명:왼쪽부터 이민현 변호사, 황도윤 변호사, 박준현 변호사, 이재식 전문위원, 홍성화 고문, 김현진 변호사, 김대식 변호사, 홍현주 변호사, 이제일 변호사, 안병규 변호사, 황현일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제공)>


공인회계사인 김현진 변호사와 금융감독원 출신인 홍성화 고문(전 자본시장 2국장), 이재식 전문위원(전 대검찰청 회계부정 분석팀장), 황도윤 변호사, 정찬묵 변호사가 포진돼 있다. 황현일 변호사도 금융위원회 출신으로 회계감리팀의 한 축으로 평가된다. 김현진, 이민현 변호사처럼 이 팀에 몸담은 공인회계사이자 변호사만 15명에 달한다.

라이벌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있다. 그러나 '팀' 단위로 꾸려서 지난 6년 동안 손발을 맞춘 세종과 비교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로 세종은 수조원대의 분식회계 의혹을 받은 대우조선해양 측에서 금감원의 조사에 맞서는 등 굵직한 회계감리 사건을 다수 대리해왔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금감원의 테마감리 이슈인 비(非)시장성 자산평가, 수주산업 공시, 반품ㆍ교환 회계처리, 파생상품회계처리 등 4개의 이슈를 모두 다뤘다. 이는 세종이 거의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가공매출이라는 고의적인 회계 분식 오해를 산 기업을 대리해 단순 회계실수였음을 밝혀내 가장 낮은 수준의 조치를 끌어냈다. 회계 분식으로 검찰에 고발된 사건에서는 무혐의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김현진 변호사는 23일 연합인포맥스와 만나 "매년 주요 기업회계 사건을 맡아 최선을 다했고, 나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논란의 바이오 회계감리…회계발전 과정으로 봐야

금감원의 회계감리는 하나의 기준을 정하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금감원이 최근 10여개 바이오기업의 테마감리에 나선 것도 회계처리에 대한 공론화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려는 측면이 있다.

바이오기업의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할지 또는 무형자산으로 계상할지도 이런 논란을 거쳐서 정립될 전망이다.

홍성화 고문은 "IFRS의 회계기준이 어려운 이유가 원칙 중심으로 돼 있기 때문"이면서 "각각의 기준이 명확하지가 않은 경우가 있어서 논란이 생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은 일반적으로 회사에 유리하게 회계처리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회계에 어긋나는 부분도 있다"면서 "테마감리는 보통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세종은 최근 금감원이 테마감리를 벌이고 있는 10여개 기업 가운데 상당수 측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 회계 리스크 인지해야

금감원은 올해 190개 회사를 감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장사가 2천개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10%를 밑도는 숫자다. 감리 주기를 최대한 단축해 10년 정도로 한다고 해도, 이를 경험해 본 기업은 아주 적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상당수의 바이오기업처럼 회계처리에 대해 '내 일 아니다'는 식으로 일관하다가 테마감리를 당하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사전 또는 사후에라도 회계 리스크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예컨대 경영인이 회사의 회계처리에 대한 판단이 미숙해 금감원의 감리에 대응을 제대로 못 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경영자는 분식회계로 단순히 법정에 서는 게 아닌, 투자자로부터 소송에도 휩싸이게 돼 상당한 정신적ㆍ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다.

황도윤 변호사는 "회계처리를 미숙하게 해 상장폐지 된다면 기업으로서 엄청난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파생되는 리스크를 검토하지 않고 대응을 똑바로 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현진 변호사도 "회계감리 사건은 증권 관련 집단소송 등 투자소송(민사), 외감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형사)과 직결돼 있어 초기 단계에서 이를 고려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은 분식회계와 투자자의 손해에 대한 인과관계를 사실상 예외 없이 인정하는 편이고, 기업회계 기준 위반 여부에 대한 검찰도 금감원의 판단(회계감리 결과)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감리 결과가 후속으로 따르는 민, 형사 사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전문적이고 세심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금융당국도 개선해야…대심제 '환영'

금감원은 그동안 회계감리 분야에서 일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금감원은 조사를 마치면 조치사전통지서를 기업과 감사인에 보낸다. 보통 통지서에는 해당 기업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실과 조치 예정의 내용만 적시돼 있다.

이러한 내용을 접한 일반인은 '금감원이 괜히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리겠느냐'고 인지하겠지만, 일반 기업은 금감원이 어떤 논리에 근거해 위법 여부를 판단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의결 진술방식도 문제로 꼽힌다.

해당 기업은 금융감독원의 조사, 진술 내용을 전혀 청취할 수 없다. 그러나 금감원은 의견진술 내용을 뒤에서 듣고 있다가 해당 기업이 퇴장하면 반박한다. 상당히 일방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당국이 최근 도입한 대심제는 이런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대심제는 회계부정이나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제재 과정에서 검사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동시에 출석해 일반 재판처럼 진행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불합리성을 일부 제거할 수 있다.

세종 회계감리팀도 "대심제는 적법절차(Due Process)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고, 때에 따라 제재 당사자를 납득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특히 동종업계 등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해당 기업이 억울함을 소명하길 원하면 대심제를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게 옳다"고 평가했다.

jwchoi@yna.co.kr

shy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