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전문 경영인을 양성하는 경영학 석사(MBA) 과정 졸업생들이 금융권을 외면하고 있다. 미국 월가 은행들은 입사 연봉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인재 영입 경쟁에 나서지만, 기술업종이나 컨설팅 기관에 인재를 뺏기는 것으로 진단됐다.

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상위 10대 경영대학원의 MBA 졸업생 직업 선택 비율을 가중평균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금융권 비중은 지난 2012년 36%에서 작년 26%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기술업종 비율은 13%에서 20%로 높아졌고, 컨설팅 분야는 27%에서 29%로 상승하며 금융권을 제쳤다.

이와 관련, 컨설팅 업체 엑스컨설턴트에이전시(Ex-Consultants Agency) 설립자 아타 타르키는 "은행은 심각한 이미지 문제에 봉착했다"며 "그들은 점점 더 무자비한 돈벌이 기계로만 인식된다"고 분석했다.

월가 금융권이 높은 연봉에도 지나치게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는 업계로 낙인된다는 얘기다.

일부 은행들은 최상위권 인재들에게 업계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 인터뷰를 마련하고 하루에 월가 은행 4~5개 기관을 면담할 수 있는 투어도 제공한다.

크레디트스위스(CS)그룹의 인재영입 글로벌 헤드인 델라 사베사는 "(구인) 경쟁은 확실히 치열하다"며 "졸업생들은 현재 더욱 많은 선택권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CS의 경우 구직자와 관계 형성을 위해 채용 절차를 논의하는 페이스북 라이브 이벤트 등도 진행 중이다.

WSJ 집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 5년간 다른 경젱 업종 기업보다 훨씬 빠르게 입사 연봉을 인상했다.

상위 10개 대학원 MBA 졸업생의 초기 연봉(졸업 후 3개월) 중간값을 분석한 결과 MIT 슬로언스쿨 졸업생의 경우 2012년에서 2017년까지 금융권 연봉은 25%가 급등하며 중간값이 12만5천달러(약1억3천300만원)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기술업종과 컨설팅업종의 상승률은 각각 9%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금융권에 취업한 졸업생 비율은 거의 절반 수준인 14%로 떨어졌고, 기술업종은 약 두 배가 증가해 32%가 됐다.

금융권 연봉 수준이 빠르게 상승해도 구직자의 외면을 받는 셈이다.

MIT 슬로언스쿨의 구직 담당 이사인 진 안 슐테는 "지난 10년간 금융과 기술 간에 거의 완벽한 전환이 나타났다"며 "졸업생들이 지적하는 한 가지 요인은 일반적으로 은행권의 주당 근로시간이 90~100시간에 달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게 라이프스타일을 희생하지 않더라도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은행은 주니어 직원의 근로 시간을 제한하며 이런 우려를 해소하려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시카고대학의 부스스쿨 졸업생은 최근 5년간 은행권 취직 비율이 43%에서 30% 밑으로 떨어졌다. 기술업종의 경우 두 배 이상 비율이 급증하며 19%로 올랐다.

컨설팅 회사인 유니버섬(Universum)에 따르면 1천명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MBA 졸업생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분야는 컨설팅이었다. 헤지펀드와 투자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은 두 번째.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서비스, 멀디미디어 개발 등은 세 번째를 차지했다.

지난 2013년 밴더빌트대에서 MBA를 취득한 알렉스 하디는 "졸업 당시만 해도 상대적으로 기술업종을 찾는 학생은 많지 않았다"며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들어가는 것은 크게 잘 다져진 길이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CS의 부동산그룹에 취업한 뒤 지난 2015년 퇴사했다.

하디는 "지적인 호기심이 있었지만, 실제 뭔가 그 이상을 성취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떠났다"며 "긴 근무 시간에 지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현재 소프트웨어플랫폼 업체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는 그는 "나와 같은 기간에 은행에서 시작했던 MBA 졸업생의 70%는 은행을 떠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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