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월가의 대형 투자자들이 은행들이 자신들의 리서치 구독 행태를 분석하는 행위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 최대 고객 중 하나인 '캐피털 그룹'은 자사에 리서치 보고서를 판매하는 은행과 리서치 업체들에 자사의 직원들이 무엇을 읽는지를 추적하는 행위를 제한하도록 요구했다.

웰링톤 매니지먼트와 티. 로우 프라이스 그룹 등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자사 직원들의 리서치 구독 습관을 모은 자료가 사용되는 것에 대해 비슷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운용사 등 주요 투자 고객에게 리서치 보고서를 판매하면서 고객들이 무엇을 읽는지 또 얼마나 이를 읽는지에 대한 다량의 자료를 수집해왔다. 그러나 이는 리서치에 기반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이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은행들의 자료 수집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월가의 리서치 사업이 유럽의 '금융상품투자지침2(MifidⅡ)' 도입 여파로 압박을 받는 가운데 나왔다.

은행들은 리서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자들이 어떤 정보를 선호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이 새로운 데이터 상품을 판매할 때 이러한 정보는 매우 유용하다. 고객의 성향과 관심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료 수집이 설사 익명으로 이뤄지더라도 데이터 추적이 강화되는 것에 일부 고객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것이 다른 고객들과 공유될 경우 다른 투자자가 자신보다 한발 앞서 거래에 나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일하는 스타트업 크룩스 인포메이션의 필립 브리탄 최고경영자(CEO)는 "이는 (양쪽간의) 줄다리기다"라며 "은행들은 그것을 자신들의 자산이라고 말하고, (고객은) 이를 사용하는 것은 자신들의 자산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2년 전부터 리서치 보고서를 PDF 형태의 이메일로 보내는 방식 대신 'HTML5'를 사용한 새로운 웹사이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사용자들의 정보를 더 많이 추적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전에는 단지 고객이 이메일을 열었는지만 추적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어떤 페이지가 읽혔는지, 또 해당 페이지에 고객이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를 리얼타임으로 정확히 볼 수 있다.

캐피털 그룹은 은행들과 리서치 업체에 수집한 자료를 일정 기간 이를 어떤 식으로든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은행들은 그에 따라 90일간의 엠바고 시한을 정하는 데 회사와 합의했다.

또 다른 업체들은 쉽게 추적이 되지 않는 PDF 파일 첨부 형식의 이메일을 보내는 형태로 복귀했다고 WSJ은 전했다.

그린위치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유럽 은행권의 리서치 수수료 수입은 MifidⅡ 도입으로 올해 1분기에 3억 달러가량이 줄어들었다. 이는 전년 대비 20%가량 감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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