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달러 표시채권 최대 발행국 중 하나인 아시아 이머징마켓이 5년래 최고치로 뛰어오른 채권 수익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정부와 기업의 무분별한 차입 이후 개발도상국의 달러 표시채권은 미국 금리 인상, 무역긴장 고조, 달러 강세로 압력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데이터에 따르면 이머징마켓의 달러 표시채권 수익률 평균은 올해 초 3.7%에서 최근 4.7%로 뛰어올랐다.

채권 수익률은 채권값과 반대로 움직인다. 수익률이 오르면 채권값은 떨어진다.

달러 표시채권이 많은 아시아 이머징마켓의 수익률 평균은 최근 5년래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달러 표시채권 보유 규모는 지난 10년간 3배나 증가해 2조 달러에 달하고 있다. 수익률 상승은 이들 국가의 상당한 조달 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채권시장 역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긴장 고조를 우려해 다른 자산시장과 마찬가지로 '팔자'세를 겪고 있다.

중국의 주요 주가지수는 1월 고점 이후 20%나 떨어지며 이번 주 약세장에 진입했다. 위안화는 달러 대비 1.4% 떨어졌다.

개발도상국의 정책 담당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4번 금리 인상에 속도를 맞춰야 할지 딜레마에 빠져있다. 높은 금리는 이머징마켓에는 자본 유출을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0.5% 올렸다. 불과 6주 만에 3번째 인상으로 현재 기준금리는 5.25%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국채의 약 40%를 해외투자자가 보유할 정도로 인도네시아는 해외투자자 노출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최저금리로 이머징마켓의 기업과 국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머징마켓 채권 수익률은 당시에 역사적으로 낮았지만, 저금리의 선진국 투자자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과 채권 매각으로 이머징마켓의 순 유입이 700억 달러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10년 이후로 2천600억 달러 정도가 신흥국 시장으로 유입된 것과 대조적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의 매도세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애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의 마크 베이커 매니저는 "최근 상황이 이머징마켓의 펀더멘털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은 아니다"며 "큰 나라들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2013년과 같지 않고, 인플레이션도 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대신 채권을 발행하면서 이머징마켓 채권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베이커는 "전반적인 대출 증가보다 더 위험하지는 않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이머징마켓 채권의 단기간 상환 위험은 낮아졌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10년 전 이머징마켓 채권의 10%가 1년 이내에 만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현재는 6.5%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중국 회사가 발행한 달러채권에 우려하고 있다. 2014~2016년에는 러시아, 브라질, 콜로비아 등의 우려가 컸다.

BNP파리바 에셋 매니지먼트의 카란 탈워 이머징마켓 채권 전문가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하이일드 회사채의 디폴트가 라틴아메키라나 중동, 아프리카보다 높아졌다"며 "중국 회사채 디폴트는 정부가 레버리지를 줄이려고 노력하면서 올해 들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시장의 완전한 붕괴나 대규모 디폴트가 나타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다만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sykwak@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