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너무 강하게 밀어붙여선 안 돼

中, 美 국채 대량 보유 사실 잊어선 안 돼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 고문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국제 무역 체제에서 '레이건 모멘트(시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엘-에리언은 지난 9일(현지시간)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가 소비에트 연방과 군비 지출 경쟁을 벌여 세계 힘의 균형을 바꾼 경우에 비유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와 유사한 잠재적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경제 강대국인 중국과 관세 경쟁을 시작한 것일 수 있다"며 이를 '레이건 모멘트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엘-에리언은 "레이건 행정부 당시처럼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있지만, 위험은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많은 경제학자가 "경쟁적인 관세는 무역 관련 불만을 해소하는 데 위험한 방법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며 "관세는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며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경쟁적 관세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복잡하게 만들고 글로벌 금융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에 따른 "체계적 균열은 전체 다자교역시스템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엘-에리언은 경고했다.

그는 레이건 시절의 군비 지출 경쟁은 유럽의 정치 지도를 바꾼 대담하면서도 위험한 전략이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등 다른 나라를 너무 빠르고 강하게 밀어붙여 글로벌 경제를 리세션에 빠뜨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글로벌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기업 투자 계획이 축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중국이 미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엘-에리언은 덧붙였다.

그는 만약 트럼프가 너무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중국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핵심인 미 국채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엘-에리언은 "무역에서 레이건 모멘트가 발생해 더 공정한 무역 시스템이 마련될지에 대해 언급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며 그러한 접근법은 신중한 전략적 설계와 숙련된 이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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