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트레이더와 정보 격차 해소 차원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정부가 농산물 자료를 언론에 사전 배포한 후 엠바고(일시 보도 제한) 지침을 두던 것을 없애기로 했다.

엠바고 해제 시점에 일반 투자자에 대한 자료 공개가 2초 정도 시차가 생기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같이 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오는 8월 1일부터 농작물과 가축 관련 자료 발표 방법을 변경하기로 했다.

농작물 선물을 거래하는 초고속 트레이더들이 일반 투자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빨리 정보를 얻어 이익을 챙긴다는 문제를 해소하고, 농산물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다.

농무부는 현재 초고속매매를 하는 트레이더들이 일반 투자자들보다 2초가량 먼저 정보를 얻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농무부는 지난 10여 년간 자료가 일반에 공개되기 전에 기자들에게 자료를 먼저 공개해왔다. 기자들은 정해진 공간에서 자료를 검토할 순 있지만 이를 외부로 유출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정오, 농무부가 엠바고를 해제하는 시점에 발생한다. 언론사들이 초고속 케이블로 고객들에게 자료를 전송하는 동시에 농무부는 온라인에 자료를 공개한다.

하지만 농무부가 온라인에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언론사들의 자료 제공 시점보다 통상 2초 정도 늦다.

엠바고가 해제되는 즉시 트레이더들은 시장을 움직이는 정보에 약간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트레이더들은 이러한 뉴스를 다우존스, 블룸버그, 마켓뉴스인터내셔널, 톰슨 로이터 등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들로부터 얻게 된다.

전자 트레이딩 업체들은 발표되는 정보를 자동으로 스캔해 선물 거래에 나선다.

일리노이 대학의 스콧 어윈 교수는 "전자 및 초고속 거래에서 2초는 오랜 시간"이라며 "100m 단거리 경기에서 우사인 볼트에게 50m 앞서 달리게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옥수수 선물 거래량은 농무부 보고서가 발표되면 1분 내 거래량이 보고서가 없던 날과 비교해 79배가량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선물시장을 통해 농산물 가격 변동성을 헤지하는 농산물업자들은 초고속 매매자들이 시장의 변동성을 높여 시장에 타격을 미치고, 일반 투자자들이 좋은 가격에 거래를 체결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해왔다.

이에 따라 농무부는 앞으로 자료를 언론에 사전 배포하는 것을 중단하고 온라인을 통해 동시에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책에도 자동으로 거래에 나서는 초고속 트레이더들이 자동화 거래로 더 빨리 거래에 나서는 행위를 막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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