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은 없지만 금융회사를 두고 있는 금융그룹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이달부터 통합감독제도를 시행하면서 증권가도 긴장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통합감독 대응 대표회사는 미래에셋대우가 유일하지만 감독 대상 7개 그룹 중 미래에셋을 포함해 6개 그룹이 증권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어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기자본 기준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해 주요 증권사들이 감독 대상이 되면서 증권업계 전반의 감독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합감독 대상 그룹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으로, 삼성과 현대차, 한화, DB, 롯데,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7개다. 이 중 롯데를 제외한 모든 그룹이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현대차증권, 한화투자증권, DB금융투자, 교보증권이다.

금융당국은 그룹의 위험관리체계와 자본의 적정성, 내부거래와 위험집중, 이해 상충 등을 점검하게 된다.

당국은 특히 계열사 간 복잡한 출자를 통해 외부자금 수혈 없이 가공의 자본을 창출하는지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계열사별로 따로 보면 문제가 없지만, 그룹 전체로 합하면 위험이 과도하게 한 군데 집중돼 있는지도 살피게 된다. 그룹 내에서 한 회사의 문제가 그 회사만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계열사까지 동반 부실화될 가능성이 없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기준과 함께 위험관리조치 불이행 시 행정처분을 하거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내용 등을 추가해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회사가 신규업종에 진출하거나 인수·합병(M&A), 대주주 변경 등을 진행할 경우 승인 심사를 할 때 금융그룹 건전성 기준을 갖추고 있는지도 살펴보게 된다.

7개 그룹 중 통합감독의 대상이 되는 대표회사들이 대부분 금융투자회사보다 규모가 큰 보험사들이지만, 증권회사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 증권업계 특성상 통합감독 시행이 증권업계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아직은 시범 단계고 모든 규정이 확정되지 않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망하는 분위기지만, 실질적인 감독 작업에 돌입하면 계열 증권회사들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며 "지금은 일부 회사가 규제를 받게 되는 것이지만, 그러한 분위기가 증권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어 진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도 "그동안 계열사들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영업을 했던 회사들도 있겠지만, 이름만 계열사일 뿐 협업을 많이 하지 않았던 곳들도 있을 것이다"며 "여러모로 새로운 규제에 맞춰 보고도 해야 하고 규제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비단 증권회사뿐 아니라 모든 통합그룹 계열 금융회사가 똑같이 처한 문제다"며 "다만, 통합감독에 대한 현재 정부와 당국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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