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듀레이션이 가장 긴 채권인 50년물 스트립 원금에 장기 투자기관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스트립은 투자자가 국고채 매입 시 갖게 되는 현금 흐름 중 이자(C-STRIPs)와 원금 부분(P-STRIPs)을 따로 떼어 낸 채권을 말한다.

10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실시된 국고채 50년 입찰에서 낙찰금액(5천400억 원) 중 스트립으로 발행된 채권은 절반(2천500억 원)에 달했다.

스트립을 취급하는 한 PD사의 관계자는 "실제 스트립 수요는 이보다 더 많았지만, 너무 강하게 낙찰됨에 따라 일부 스트립 수요는 입찰에서 물량을 받는 데 실패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인포맥스 국고채 스트립계산기(화면번호:4822)에 따르면 50년물(16-9호) 전체 발행 잔액(2조1천840억 원)에서 스트립(5천600억 원)은 26%를 차지하고 있다.

50년물 스트립 원금이 이처럼 인기를 끈 것은 자산 듀레이션 확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스트립 원금은 다른 국고채와 달리 따로 이자를 받지 않아 듀레이션이 더 길게 형성되고, 재투자 위험도 없다.

2021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을 앞두고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격차를 줄이려는 보험사가 탐내는 이유다.

보험개발원과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작년 말 보험사의 자산 듀레이션은 8년으로 추정된다. 최소 12년에서 16년도 웃돌 수 있는 부채 듀레이션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사의 연간 자산 듀레이션 증가 속도는 0.8~1년 수준에 불과하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최장 듀레이션인 50년물 스트립 원금을 매수해 자산 듀레이션의 증가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연합인포맥스 채권단가계산 분석(화면번호:4805)에 따르면 50년물 스트립 원금의 듀레이션은 46.98년으로, 스트립을 하지 않은 50년물(31.24년)보다 15년가량 길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50년물 스트립 원금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IFRS 이슈가 여전한 데다 올해 상반기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채권 투자를 미뤄 온 장기 투자기관의 자금이 몰릴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 국고채전문딜러(PD)사의 관계자는 "최근 채권시장 강세가 단기물에서 장기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며 "초장기채의 수요 자체가 워낙 많은 데다 하반기로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다른 PD사의 관계자는 "보험사의 초장기채 수요는 향후 1~2년간 견조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다음 달 입찰에서 흥행을 장담할 수는 없다"며 "50년물 구하는 제반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면 보험사들이 짧은 것을 사서 여러 번 돌리는 대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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