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터키 금융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터키 불안이 거시경제 여건이 취약한 다른 신흥국들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우크라이나, 이집트 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터키 금융시장은 지난주 '쿠르반 바이람'(희생절)으로 휴장한 이후 이번 주 다시 문을 연다.

미국인 목사 석방 문제 등을 두고 미국과 대치 국면이 여전한 만큼 시장에서는 터키 금융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보유자산 축소 등으로 신흥국 경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만일 터키가 대외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채무불이행을 맞이하면 터키 부도사태가 다른 신흥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특히 거시적 경제여건이 취약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집트, 우크라이나 등이 제2의 터키가 될 가능성이 큰 국가로 꼽혔다.

이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취약성 지표인 외환시장 압력지수와 경상수지, 대외채무, 외환보유액 등을 다각적으로 점검한 결과 터키와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남아공, 이집트의 취약성이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위 국가들은 외환시장 압력지수가 2 이상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2% 이상, GDP대비 대외채무가 40% 이상, 실업률 8% 이상 등의 기준으로 국가들을 선별했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제재 등 새로운 이벤트 발생 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며 "달러 강세 흐름이 부각되면 터키와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특히 명목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 추이에서 적자비율이 상당히 높고, 최근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터키, 남아공을 주의해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주변 신흥국뿐만 아니라 터키 주요 채권국가인 스페인과 이탈리아 은행으로도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사항이다.

터키의 대외 민간대출은 총 2천323억달러다. 이중 스페인이 809억달러, 프랑스가 352억달러, 이탈리아가 185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스페인 은행 BBVA, 프랑스 BNP파리바, 이탈리아 우니크레딧(UniCredit)이 터키 현지은행들의 지분투자를 통해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말 자산매입 종료를 발표한 상황에서 터키발 부실 발생이 이탈리아와 스페인 은행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정이 취약하고 금리가 높은 신흥국 국가들이 내년 재정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긴축재정을 할 경우, 수요 감소 및 경기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며 "향후 신흥시장에서 새로운 취약국이 발생해 전염위험이 확대되지 않는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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