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정치적 위기를 맞은 순간에도, 잘 나가는 순간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논거는 주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만약 자신이 탄핵을 당한다면 미국 주식시장은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변호사 출신인 마이클 코언의 유죄 인정과 대선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의 유죄 평결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내가 탄핵당한다면 시장은 붕괴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나는 모두가 매우 가난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탄핵론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자신을 방어할 논리로 주식시장을 거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을 둘러싼 주변의 비난에도 자신의 최고 공적인 증시를 거론하며 내 맘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주가가 올라 중국 등과 무역전쟁에 완충장치가 생겼으며 이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무역전쟁에 나설 수 있었다는 논리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당선 이후 주가 상승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지금 당장 주식시장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중국과 세계 다른 나라와 무역 이슈가 확대되지 않는다면 증시가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11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 주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던 7월 20일, 전 거래일 종가까지 S&P500은 31% 올랐다. 당시 S&P500은 2,804.49를 기록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흔들리는 입지를 구원하듯, 미국 증시는 내달렸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마디지수를 가뿐히 넘으며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 28일 S&P500 2,900, 나스닥 8,000 고지에 깃발을 꽂았다. 29일에는 2,914.04와 8,109.69로 사상최고치를 더 높였다.

나스닥 8,000 고지 돌파는 1971년 거래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4월 25일 6,000선을 넘어선 이후 9개월 만인 1월 2일 7,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7개월여 만에 새로운 기록을 썼다.

S&P500는 어느덧 3,000선을 내다보게 됐다.

사상 최고치에는 못 미치지만,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도 26,000선에 있다.

대통령도 주목하는 미국 증시의 기세는 월가는 물론 전 세계의 눈길을 충분히 사로잡을 만하다.

주가 상승이라는 시장의 환호를 뒤로하고 누군가에게는 부끄러울 만한 씁쓸한 기억을 굳이 꺼내 든 이가 있다.

브로즈워드 캐피털의 존 부어만 기술적 애널리스트는 S&P500의 상승 궤적과 '이제는 떨어질 때가 됐다'고 주장하는 월가 베테랑들의 예상을 붙여놓았다.











여기에는 지난해에 빠르면 10월부터 50% 증시 조정을 예상했던 론 폴 전 하원의원(그는 지난달에도 미국 증시가 인류 역사상 최대 거품이며 거품이 곧 터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지명되면 증시 50% 붕괴의 100% 확률을 예상했던 마켓워치 칼럼니스트 폴 페럴의 예상도 담겨있다.

또 2016년 1월 RBS의 "격변하는 한 해를 대비해 모든 것을 팔아라"라는 주장도, 그해 3월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의 "다 팔아라"도 있다.

가장 최근으로는 올해 7월 31일 모건스탠리의 "매도는 이제 막 시작됐다"는 엇나간 전망도 들어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 '닥터 둠(Dr. Doom)' 마크 파버, '채권왕' 빌 그로스,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 등도 조정을 예상했다. 세계적인 경제 예측가 해리 덴트, 미래 경제학자 크리스 마틴슨, 뉴욕 월가의 유명한 기술적 분석가인 톰 디마크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월가 베테랑들의 '망신 차트'라 이름 지을 만하다.

부우먼 애널리스트는 블로그에 "그들 모두가 유머감각을 가졌길 바란다. 대중의 눈에 비친 모습을 볼 때 그들은 이미 꽤 두꺼운 얼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부우먼 애널리스트는 "약세론자들의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주가와 개구리 뛰는 방향과 럭비공 튀는 방향은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주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가 상승을 자신하는 것 역시 지금은 맞지만 나중에는 틀릴 수 있다. 또 약세론자들이 시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거 봐, 내가 맞았잖아" 하고 말할 수 있는 그들의 시기가 올 수도 있다.

결과만 놓고 볼 게 아니라 약세를 주장했던 과거 논리 자체에 오류가 있었는지 한 번쯤은 곱씹어볼 만하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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