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하루 만에 10% 이상 추락하고, 터키 리라화 가치도 5일 연속 하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2.5% 하락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3년래 최저치로, 브라질 헤알화는 2여 년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인도 루피화도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신흥시장 통화 중에서도 달러 강세에 취약한 통화를 중심으로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역내 문제를 안고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달러화 외채가 많은 국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전 세계 국경 간 대출 30조 달러의 48%가량이 달러로 거래된다. 이는 10년 전의 40%에서 비중이 확대된 것이다.

미국의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동안 상당 규모 유동성이 신흥시장으로 흘러들었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저금리로 확대된 달러 대출이 신흥국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달러화가 현재 2016년 고점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준이 긴축을 계속할 경우 신흥국의 스트레스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에릭 웡 픽스드인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터키에서 일어나는 것을 본 후에 시장은 다음 차례가 어디가 될지 묻기 시작했다"며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국가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여전히 공포에 사로잡혀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를 구별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흥국 정부와 기업들의 과도한 대외 차입이 연준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불안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무디스는 내년 만기 도래하는 각국의 대외 부채와 해외에서 수신한 은행 예금을 외환보유액과 비교한 '대외취약성지수'를 작성하고 있다.

이 지수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터키는 물론 가나,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등도 취약한 국가로 분류됐다.

코넬대학교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경제학 교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 금융시장과 금융기관, 달러의 지배력 등을 고려할 때 연준의 조치는 전 세계 반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5월 연설에서 미국의 통화정책이 갖는 역할이 국제 금융환경에서 "종종 과장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연준의 역할론에 무게를 두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에 우려를 표시하며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씨티의 매트 킹 글로벌 신용 상품 전략 담당 헤드는 "연준은 긴축 효과가 미미하고 국지적인 사안으로 가격에 이미 반영됐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시장 가격에 반영된 것은 그 결과가 상당하며 글로벌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등 차이가 극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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