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정부의 세제 개혁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대만큼 본토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108개 상장기업의 공시 자료와 각 기업에 질의한 바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들 기업이 본국으로 들여온 자금은 1천430억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은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에도 일괄적으로 국내와 같은 규모의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이전까지는 과세하지 않는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미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해외에 그대로 쌓아두고 있다.

108개 상장기업이 해외에 쌓아둔 수익은 2조7천억 달러로 추정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기업들의 해외 비축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과거 비축 수익에 대해서는 '본국 송환세'라는 일회성 세금을 부과해 세금 부담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현금 등 유동성 자산에 대해서는 15.5%의 세금을, 나머지 다른 자산에 대해서는 8%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세제 개혁으로 본토로 유입되는 해외 수익금이 약 4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는 지난 8월 기업가들과의 회동에서 "4조 달러 이상이나 5조 달러에 가까운 이 자금이 우리나라로 돌아올 것이다"라며 "이는 우리 국민이나 노동자들이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자금일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WSJ 분석에 따르면 올해 들어 본토로 들어온 자금은 1천430억 달러로 이 중 3분의 2가량은 '시스코시스템즈'와 '길리어드 사이언스' 단 두 기업의 해외수익이다.

이외에 다른 기업들은 추가로 370억 달러어치 규모의 자금을 본국으로 들여오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애플 역시 본국으로 해외 수익금을 들여오겠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규모와 시기를 공개하진 않았다.

제너럴 일렉트릭(GE), 보스턴 사이언티픽 등 십여 개 이상의 대기업들은 과거 해외수익을 본토로 들여올 필요가 없거나 혹은 그럴 당장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나머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대다수 기업은 공시 자료 이외 구체적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본국으로의 송환 자금은 분명 크게 늘었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트럼프가 예상한 4조 달러 근처에는 결코 이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WSJ이 분석한 1천430억 달러는 미 상무부가 올해 1분기에 본국으로 유입됐다고 밝힌 3천56억 달러와 비교해도 적은 수준이다.

정부 수치에는 중소기업들 및 비상장사들을 포함한 수치로 2016년과 2017년 본국 송환액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정부 추정에 따르면 분기마다 350억 달러가량은 세제 개편과 무관하게 정기적으로 본국으로 유입된다. 또 작년 12월 이후 본국 송환세에는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수익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나머지는 비상장사들의 자금일 것으로 추정된다.

상무부는 2분기 자료는 오는 19일에 공개할 예정이다.

미 백악관의 린지 월터스 대변인은 앞서 "기업들의 재무적 판단은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기업가로서 대통령도 이를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애플은 작년 기준으로 장부상 현금의 90%인 2천520억 달러를 해외에 비축하고 있다며 이를 대부분 본국으로 가져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본국으로 송환되는 자금의 대부분은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는 올해 700억 달러를 본국으로 들여왔으며 앞서 앞으로 2년간 250억 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올해 7월까지 자사주 매입에 145억 달러를 썼다고 밝혔다.

제약사 엘리릴리는 해외 수익금 90억 달러를 본국으로 들여왔으며 이를 기업 인수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모건스탠리의 토드 캐스태그노 회계 담당 애널리스트는 통상 언급되는 기업들의 해외 수익금 2조7천억 달러나 3조 달러는 현금이나 유동성 자산 등 현실적으로 유입 가능한 자금만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셰브런 등과 같은 기업들은 해외수익을 해외 공장이나 설비 등에 투자해 본국으로의 자금 이전이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 일부 기업들은 해외에서의 기업 인수나 부채 상환, 사업 확장 등을 위해 해외 수익금을 본토로 들여올 유인이 적을 수 있다.

더구나 미국 정부가 연방세를 부과하지 않더라도 일부 미국 주는 세금을 부과하고 있고, 일부 해외 국가는 본토 모기업에 대한 배당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도 기업들의 본토 자금 송환을 어렵게 하는 부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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