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1970년대 오일쇼크를 촉발한 '오일 무기' 옵션을 활용한다면 유가가 연말까지 두 배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등 서방 세계가 사우디에 제재를 부과하더라도 원유시장에 압력 주는 '숨겨진 위협'을 사우디가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전문가들은 이런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부터 미국에 체류하면서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왕실과 정책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게재해온 자말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인 약혼녀와 결혼하려고 이스탄불을 찾았다가 총영사관으로 들어간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후 터키에서는 그가 사우디 왕실의 지시로 영사관에서 정보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우디 정부는 배후설을 전면 부인해왔다.

이와 관련,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는 "사우디가 미국의 이란 제재 발효 시점이 다가오는데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실행을 늦추도록 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는 올해 초순 미국의 요청에 따라 상당한 규모의 석유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합의했다.

RBC는 "사우디는 이미 생산량이 한계 상한선까지 근접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제는 의도된 정책적 선택으로 단기 생산 제한을 고려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은행은 "사우디가 만일 미국과 관계가 지금보다 크게 악화하면 지난 1970년대 꺼냈던 조치를 오랜만에 다시 사용할 것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예상했다.

지난 1973년 사우디가 주도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욤 키푸르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에 항의하기 위해 미국 석유 수출량을 삭감했고, 이는 제1차 오일쇼크로 이어졌다. 당시 OPEC은 전체 석유 생산량의 25%를 줄였고, 유가는 1972년과 1974년 사이 네 배 가까이 급등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의 캐롤린 베인 원자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가 현시점에서 그런 방식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일 그렇게 되면 현재 유가는 연말까지 두 배 가까이 급등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6%(0.44달러) 오른 71.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선물거래소(ICE)의 12월물 브렌트유도 비슷한 시각 배럴당 0.27%(0.22달러) 상승한 80.65달러에 거래됐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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