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탈리아의 예산안을 거부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까.

2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오는 23일 EU 집행위는 예산안의 유럽 의회 상정에 앞서 유로존 회원국에 예산안 초안을 수정할지를 묻게 된다.

집행위는 이미 예산안 초안이 EU의 지출 규정을 이례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라 집행위가 예산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위원회 대변인은 CNBC에 아직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위원회는 이탈리아 예산안이 작년 7월 EU 모든 회원국 앞에서 한 약속을 존중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라며 "예산안 초안을 거부할 법적인 방법은 없지만, 위원회는 수정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예산안을 수정할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크지 않아 보인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는 지난 20일 이번 예산안은 "이탈리아 국민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라며 EU에 이러한 재정 조치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고 언급, EU를 설득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위원회가 이탈리아 예산안을 거부하면 양측은 3주간 예산안을 수정할 협상에 돌입한다.

이러한 협상에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EU 집행위는 11월 말까지 유럽 이사회에 이탈리아에 대한 '초과 재정적자 시정 절차(EDP·Excessive Deficit Procedure)'에 착수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EDP는 회원국에 EU의 재정적자 규정에 따라 예산안을 수정하도록 권고하고, 이를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는 절차다.

EU는 회원국의 재정적자를 GDP의 3%로, 공공부채(정부 및 공공기관 부채)는 GDP의 60%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탈리아 예산안에서 내년도 재정적자는 GDP의 2.4%로 산정됐으나 이미 정부 부채가 GDP의 130%를 넘어 부채 억제를 위해 이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EU의 입장이다.

EDP 절차에 따라 EU는 이를 준수하도록 조정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달성할 마감시한을 제시한다. 만약 이마저 이탈리아가 거부할 경우 EU는 회원국에 GDP의 최대 0.2%까지 벌금을 부과하게 된다.

바클레이즈의 파비오 포이스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EDP가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라며 "집행위가 예상했던 시기(내년 봄)보다 더 일찍(11월 30일까지) EDP 개시를 권고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집행위가 내년 5월 유럽 의회 선거 전에 지금의 예산안 협상 시기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마지막 창구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DP 권고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거 2013년에도 집행위는 EU 20개 회원국에 대해 EDP를 권고한 바 있으며, 2016년에도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대해 이러한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LC 매크로 어드바이저스 창립자인 로렌조 코도그노는 "2011년 목격한 '준-신용경색'까지도 나타날 수 있다"며 "아직 그러한 상황은 아니지만, 상황이 앞으로 몇 달간 이와 같다면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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