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월가 은행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내 인물은 누구일까. 벤 버냉키 Fed 의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답은 바로 대니얼 타룰로 이사다.

23일(미국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타룰로 이사의 일정표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60차례 이상 미국 대형은행 경영자와 전화상으로나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국이나 해외 금융 규제 당국자들과 소통한 일도 150여 차례에 달한다.

이는 Fed 수장인 버냉키 의장이 은행가들을 만난 횟수인 약 12번보다 5배 많은 것이다. 이 중 두 회동에는 타룰로 이사가 동석했는데 월가 은행들이 Fed의 스트레스테스트(자산 건전성 심사) 결과에 불만을 표시했을 때다.

또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때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초반 1년 동안 은행 경영자와 만난 횟수보다도 많다. 가이트너 장관은 취임 후 1년간 은행 경영자와 약 110여 건의 전화통화와 회동을 가졌지만, 직접 만난 횟수는 타룰로 이사보다 적다.

WSJ는 타룰로 이사의 빡빡한 일정이 금융위기 이후 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담당 관료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과 걱정이 깊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 KBW(Keefe, Bruyette & Woods)의 브라이언 가드너 애널리스트는 "타룰로 이사는 모두가 만나길 원하는 인물"이라며 "금융업계와 투자자들, 특히 금융업계를 주시하는 투자자들은 그를 (규제) 이슈와 관련해 Fed의 리더라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타룰로 이사의 일정표는 그가 Fed의 실질적인 감독부문 부의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 역할은 월스트리트 개혁법안인 '도드-프랭크법'이 새로 만든 Fed 이사회 내 직책으로, 정부는 아직까지도 후보자를 지명하지 못하고 있다.

타룰로 이사의 지휘 아래 Fed는 더 엄격한 규제를 옹호해 왔다.

그는 대형은행에 대해 정기적인 연례 스트레스테스트를 추진했으며 현재 대형은행 규모의 덩치가 너무 크다고 지적해왔다.

일정표에서 타룰로 이사와 가장 자주 만난 은행 경영자는 모건스탠리의 루스 포랫 최고재무책임자(CFO)였다.

이는 타룰로 이사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대형은행 재무책임자 회동에서 포랫이 회의 조직을 맡고 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이 회의는 이 기간 동안 4번 열렸으며, 포랫과 타룰로 이사는 회동 전 전화상으로 어떤 주제를 논의할 것인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모건스탠리는 3~4주 간격으로 타룰로 이사와 연락을 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헌 최고경영자(CEO)는 전임자가 당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고자 타룰로 이사와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정기적인 회동을 추진했다.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와 데이비드 비니어 전(前) CFO는 몇 달에 한 번씩 타룰로 이사와 전화통화를 했다. 통상적으로 30분간 이어진 전화통화에서 20분 정도는 거시경제 관련 이슈였고 나머지 10분은 규제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타룰로 이사와 연락이 가장 뜸했다. 다이먼은 JP모건이 파생상품 거래로 막대한 손실을 보기 전까지 타룰로 이사가 지지하던 금융규제를 가장 공개적으로 비판하던 인물이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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